한국전력공사 등 공공기관 직원들이 회사로부터 시중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는 관행이 여전하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경북 김천)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자금 사내대출 규모가 가장 컸던 공공기관은 빚더미에 앉은 한전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신규로 대출을 받은 한전 직원은 570명으로, 대출 규모가 496억6천500만 원에 달했다. 한전KPS는 직원 83명이 105억3천290만 원, 한국가스공사는 직원 78명이 46억8천300만 원 대출을 받았다.
기재부는 2021년 '공공기관의 혁신에 관한 지침'을 마련하고, 한국은행이 공표한 '은행 가계 자금 대출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주택 자금을 빌려줄 수 없도록 지침을 만들었다. 대출 한도도 7천만 원으로 제한했다. 그러나 한전 등은 대출 금리·한도에서 정부 기준을 어겼다. 대출금리 하한선이 지난해 4분기 기준 연 5.34%까지 올랐지만, 이들 공공기관은 연 2, 3%대 금리로 대출을 해 줬고 금액은 1억 원 이상에 달했다. 기재부 지침을 위반하면서까지 직원들에게 '특혜 대출'을 한 것이다.
한전·가스공사는 막대한 적자 및 미수금 누적으로 경영이 사상 최악에 빠져 전기·가스 요금 인상을 통해 경영 개선에 노력하는 공공기관들이다. 요금 인상으로 국민에게 고통을 전가한 공공기관들이 정작 직원들에게는 시중보다 낮은 금리로 거액을 대출해 준 것은 도덕적 해이다. 금리 폭등으로 고통을 당하는 서민 형편은 아랑곳하지 않고 대출 특혜까지 누리는 것은 공공기관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
시중보다 낮은 금리로 거액을 빌려 주는 사내대출은 노사가 단체협약으로 도입한 사내 복지제도의 하나다. 노조가 반대하면 고칠 수 없다는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국민 공감을 얻기 어려운 수준의 특혜 대출은 개선하는 게 마땅하다. 고금리에 서민들은 곡소리가 나는 판인데 국민 정서에 배치되는 공공기관 특혜는 가당치 않다. 공공기관들은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개선 방안을 마련해 시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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