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해줘, 오재일'…삼성 부진 탈출의 선봉장은 오재일이 돼야

입력 2023-05-18 15:51:20 수정 2023-05-18 18:56:20

'슬로우 스타터' 꼬리표, 올 시즌에도 따라붙어
5월 들어서도 좀처럼 달아오르지 않는 방망이
오재일이 살아야 타선과 마운드에도 힘이 실려

삼성 라이온즈의 오재일. 타선의 중심이지만 올 시즌 초반 출발은 좋지 못하다. 삼성 제공
삼성 라이온즈의 오재일. 타선의 중심이지만 올 시즌 초반 출발은 좋지 못하다. 삼성 제공

비가 반갑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연패 행진이 잠시 멈춘 건 비로 18일 경기가 취소된 덕분이다. 부진에 빠진 오재일에게도 몸과 마음을 추스릴 기회다. 삼성 타선의 핵인 그가 살아야 마운드에 선 투수들의 어깨도 가벼워진다.

올 시즌 초반 오재일의 발걸음은 무겁다. 새삼스런 일은 아니다. 예년에도 시즌 초반부터 방망이가 달아오르진 않았다. 발동이 서서히 걸리는 '슬로우 스타터'란 말이 따라다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동안 초반에 부진해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던 이유다.

지난 시즌에도 마찬가지. 4월 한 달 간 타율이 0.219에 머물렀다 5월 들어 타율을 0.311까지 끌어올리면서 반등했다. 시즌이 마무리됐을 때는 타율 0.268, 21홈런, 94타점이란 성적표를 거머쥐었다. 만족스럽다 할 순 없어도 시즌 초반 부진은 확 씻어냈다.

삼성은 올 시즌 초반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고전 중이다. 그런 만큼 오재일이 예년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 큰 힘이 될 텐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올 시즌 오재일도 예년과 비슷하다. 4월 한 달 간 타율 0.193, 3홈런, 16타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5월 들어 달라질 거란 기대가 있었으나 아직 이름값엔 미치지 못하는 형편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홈런을 터뜨리는 등 승부처에 강한 모습으로 상승 곡선을 그릴 거란 기대가 있었으나 제 실력을 보여주진 못하고 있다.

이달 9경기에 나섰는데 타율이 0.129(1홈런, 4타점)에 불과하다. 4월과 합산한 타율도 0.175. 출루율 0.269, 장타율 0.316을 기록해 둘을 합산한 OPS도 0.585에 머물고 있다.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 가운데 오재일은 OPS가 58위다. 한 팀의 중심 타자인데 이 순위는 민망한 수준이다.

삼성 라이온즈의 오재일. 삼성 공격에 힘을 실어주는 존재지만 올 시즌 초반 출발이 좋지 못하다. 삼성 제공
삼성 라이온즈의 오재일. 삼성 공격에 힘을 실어주는 존재지만 올 시즌 초반 출발이 좋지 못하다. 삼성 제공

오재일이 살아야 공격에 힘이 실리고 마운드도 부담을 던다.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삼성의 선발 투수진의 퀄리티스타트(선발 투수의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는 15회로 4위. 하지만 선발 등판 시 승리할 확률은 42.9%(7위)에 그친다. 구원투수들(평균자책점 5.31·9위)의 부진도 한몫하지만 득점 지원이 잘 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는 부분이다.

17일 대구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 전까지 오재일은 5경기 연속으로 안타를 쳐내지 못했다. 17일엔 8번 타순까지 내려앉았다. 이날도 안타는 안 나오는 듯했다. 하지만 9회말 마지막 공격 때 선두 타자로 우익수 키를 넘는 안타를 때렸다. 날카로웠던 이 타구가 부진 탈출의 신호탄일지 오재일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