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안하고 아기 안낳고…대구 인구 2050년 180만명선 추락

입력 2023-05-17 13:54:03 수정 2023-05-17 20:37:31

노령층 두배로↑ 경제인구 절반↓…작년 혼인 건수 7497건 감소세
출산율 0.76명, 평균비 0.02명↓…행복진흥원 "중장기 대책 시급"

30년 후 대구 인구가 200만명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가운데 17일 대구 중구의 한 공사장 가림막에 부착된 저출산 해결을 위한 출산 장려 캠페인 포스터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30년 후 대구 인구가 200만명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가운데 17일 대구 중구의 한 공사장 가림막에 부착된 저출산 해결을 위한 출산 장려 캠페인 포스터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결혼이요? 저는 반려견이랑 평생 같이 살고 싶은데요."

대구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20대 여성 A씨는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게 반갑지 않다. 친구들과도 직접 만나기보다는 SNS로 소통하는 날이 더 많아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막막하게만 느껴진다. 새로운 이성을 만나려고 노력할 시간에 차라리 반려견 '나나'와 시간을 더 보내고 싶다.

A씨는 "예전엔 결혼할 때 집안 배경이나 종교를 봤을지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반려견을 같이 키울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라며"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개인의 선택에 대한 사회적 존중이 필요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30대 초반 직장인 남성 B씨는 결혼을 '사치'라고 표현했다. B씨는 "결혼하려면 집과 차가 있어야 하고, 든든한 직장도 있어야 한다"며 "이 중 가진 게 아무것도 없다"고 한탄했다. 어렸을 때부터 힘든 가정 환경을 이겨내야 했던 그는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해선 어느 정도의 경제력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그는 "여건이 되지 않으면 굳이 결혼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30년 후에는 대구 인구가 200만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가운데, 지역 청년들은 결혼과 출산에 관해 여전히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시행할 수 있는 단기적 정책에 더해 중장기적으로 인구 위기에 대응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대구시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에 따르면 2050년 대구 인구는 200만명 선이 깨지며 181만 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2020년 기준 241만명이었던 것에 비해 24%가 감소할 뿐 아니라, 1985년 인구인 202만명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대구행복진흥원은 대구시의회의 용역을 받아 지난해 12월부터 '저출생 정책 벤치마킹을 통한 대구지역 초저출생 대응방안'을 연구했다. 이번 연구는 이번 달 안에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인구 구성에서도 뚜렷한 변화가 감지됐다. 노인 비율은 느는 데 비해 청년 인구는 확연히 감소했다. 65세 이상 인구는 2020년 기준 39만명에서 2050년이 되면 76만명으로 1.9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경제 활동 인구 비중은 전체 인구 중 72.1%에서 49.2%로 쪼그라든다. 30년 후에는 인구의 절반도 안 되는 청년 세대가 노인과 어린 아이를 포함한 나머지 인구 절반을 먹여 살려야 하는 셈이다.

대구행복진흥원은 지역 청년들이 결혼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으니 인구 감소는 당연한 수순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대구시 혼인 건수는 7천497건으로, 2020년 8천건대로 내려앉은 후 여전히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합계출산율도 전국 평균보다 0.02명 낮은 0.76명을 기록했다. 달성군(1.14명)을 제외한 나머지 지자체 모두 1명 미만이었다. 가장 낮은 곳은 서구(0.46명)였으며 남구(0.5명)와 달서구(0.68명)가 뒤를 이었다.

지역 청년들은 결혼과 출산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대구행복진흥원이 3월 27일부터 지난 달 7일까지 20~30대 청년 400명에게 결혼에 관해 묻자 10명 중 3명(31%)만이 긍정적으로 답했다.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로는 '결혼의 필요성을 못 느끼고 개인의 삶이 중요하다(40.2%)'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고용, 소득, 주거 등의 불안정성(19.6%)'이 그 뒤를 이었다.

자녀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다. 현실적인 자녀 수로는 '1명(42%)'이 가장 많았으며 '0명'이라고 응답한 청년들도 31.3%에 달했다. 자식을 낳지 않으려는 이유로는 '자녀를 키울 자신이 없음(52.5%)'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자녀 없는 생활 선호하기 때문(19.6%)'이었다.

청년들은 저출생 문제가 심각한 편(73.5%)이라고 생각했지만, 정부 정책에는 불만족(89.8%)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부모급여 확대(21.3%)와 교육 지원(20.3%), 돌봄 양육지원(19.0%)의 정책을 필요로 한다고 응답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대구행복진흥원은 인구대응 TF와 위원회 등을 신설해 중장기적으로 데이터를 구축하고 정책을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의 경우 덴마크는 1952년부터 아동수당을 도입해 자녀 연령과 수입에 따라 지급하고 있으며, 캐나다 퀘백의 경우 출산 휴가 시 소득 75% 수준을 보장하는 유급휴가를 운영해 마음 놓고 육아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

대구행복진흥원은 ▷남성육아휴직 조례 신설 ▷임산부 바우처 도입 ▷동네 육아 전문가 매칭 ▷대출이자 지원 등을 제언했다.

정영태 대구행복진흥원 연구2팀장은 "저출생은 직장과 주거 문제, 과도한 경쟁 등 다층적이고 복합적 원인으로 얽혀있으며 단순히 1,2년 사이 벌어진 일이 아니라 수십 년 간 쌓여 온 문제들로 나타난 현상"이라며 "단기적으로 당장 시행할 수 있는 정책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인구 문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