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CEO포럼 7주차 강의…‘미술로 자연을 만나는 법’ 소개
“미술이라는 렌즈로 느끼는 낯설지만 익숙한 환경”
동양인은 경칠 빌려오는 '차경' 방식…"전시관 자주 들러 미술 즐기시길"
"건축이나 미술, 조각들이 어떠한 자연을 구성하고, 어떻게 보여주고, 더 나아가 요즘은 우리가 어떻게 자연을 보고 있는지 알아보는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미술사학자인 우정아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는 지난 16일 포항 포스코국제관 강의실에서 열린 매일신문 CEO 포럼 제7기 7주 차 강의에서 '미술로 자연을 만나는 법'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이날 우 교수는 미술사에서 동양과 서양이 자연을 담아내는 시각차를 설명하고, 현대 미술에서 자연을 담아내는 새로운 기조에 대해 소개했다.
강연에 따르면 서양 미술의 시각은 '세상을 바라보는 창문'으로 정의할 수 있다. 창문 밖을 바라보는 하나의 화면으로 그림을 생각한다는 의미다. 바라보는 사람을 중심에 두고 자연을 재배치하는 방식으로 미술이 전개된다. 이에 대한 예시로 우 교수는 로마 시스티나 예배당에 있는 페르지노 작가의 '성 베드로에게 천국의 열쇠를 주는 예수 그리스도'와 프랑스 베르사유궁전 정원 등을 제시했다.
반면, 동양 화풍은 원근법이나 소싯점 등 자연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에 큰 관심이 없다. 그림을 바라보며 산 속으로 점점 걸어 들어가는 느낌을 살린 '안견의 몽유도원도'나 정원을 따로 두지 않고 대청마루와 낮은 담장으로 외부의 경치를 빌려오는 '차경' 방식이 좋은 예시이다.
우 교수는 "이러한 관점에서 더 나아가 현대 미술은 미디어의 발달로 직접적인 접촉이 줄어들며 인간의 감각적 자극이 굉장히 부족해진 상황에서 어떻게 감각을 만족시킬까하는 고민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강연은 현대 미술의 특징을 설명하면서 '국립현대박물관 금동미륵반가사유상 사유의 방'과 제임스 터렐, 올라퍼 엘라이어쓴, 일본의 팀랩 등의 작품을 소개했다. 빛과 조형물, 장치와 조작으로 감각을 제한하거나 반대로 무한히 확장하는 것이 이들 작품들의 공통점이다.
우정아 교수는 "요즘 전시는 자연과 함께 존재하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앞으로 전시관을 종종 들리면서 미술이 주는 시각과 감각을 온전히 느끼고 좀 더 자연을 가깝게 여겨지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우정아 교수는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UCLA에서 '1960년대 개념미술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 저서로는 '남겨진 자들을 위한 미술'과 '명작, 역사를 만나다', '오늘, 그림이 말했다' 등이 있다. 지금은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1990년대 이후의 한국 현대 미술을 아우르는 작업을 수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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