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2차전지 특화단지, 에코프로 '오너리스크'에 발목 잡힐까 우려

입력 2023-05-15 17:27:44 수정 2023-05-15 20:46:10

이동채 전 회장 2심서 징역 2년 선고…다음달 특화단지 선정 '악재' 우려

이동채 에코프로 회장이 지난 21일 헝가리 데브레첸에서 열린
이동채 에코프로 회장이 지난 21일 헝가리 데브레첸에서 열린 '에코프로글로벌 헝가리 사업장' 착공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채 전 에코프로그룹 회장의 법정 구속으로 경북 포항시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2차전지 특화단지 유치전에 변수가 발생했다. 치열한 유치 경쟁 중 '오너리스크'가 터지면서 다음 달 특화단지 선정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고법 형사5부는 지난 11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회장에게 징역 2년에 벌금 22억원과 추징금 11억여만원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에코프로·양극재 생산 계열사 에코프로비엠 전현직 임직원 5명은 징역형의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 전 회장은 지난 2020년 1월~2021년 9월 자사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1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집행유예를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도주 우려가 높다고 판단해 법정 구속했다.

'오너 구속' 악재에 특화단지 유치에 사활을 건 포항시는 불똥이 튄 분위기다. 당장 다음 달 특화단지 선정을 앞둔 시점에 이 전 회장이 구속되면서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것이다.

에코프로그룹이 포항시의 2차전지 산업 인프라에 주요 축을 담당하는 만큼 투자가 위축되면 타격이 클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에코프로그룹은 지난 2017년부터 포항에 1조7천억원 이상을 투자해 2차전지 원료, 전구체, 양극재, 리사이클링까지 수직 계열화로 2차전지 밸류체인을 완성했다. 또 에코배터리 포항캠퍼스 확장을 위해 블루밸리 국가산단에 2027년까지 2조원 규모의 '에코프로 블루밸리 캠퍼스'(가칭) 건립도 추진 중이다.

포항시는 에코프로 등 2차전지 기업의 투자에 힘입어 지난 2월 산업통상자원부에 2차전지 특화단지 지정신청서와 육성계획서를 제출했다. 당시 포항시는 에코프로와 포스코케미칼 등 선도 기업을 중심으로 2030년 양극재 100만톤(t) 생산을 목표로 하는 2차전지 소재산업 혁신 허브 구축 방안을 계획서에 담았다.

에코프로그룹은 이 전 회장의 법정 선고가 난 뒤 입장문을 통해 "이번 사태와 관련 주주·투자자·임직원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에코프로 가족사는 지난 2022년 3월 이 전 대표이사가 에코프로 대표직에서 사임한 뒤 가족사들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강화하고 있고, 올해 5월부터는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돼 더욱 엄격한 기준으로 회사 경영활동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에 따른 가족사의 주요 사업 및 해외 투자에 미치는 영향을 없을 것"이라며 "주주 및 투자자·임직원 여러분의 변함없는 지지와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