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 포스코, 정비 자회사 설립 후속 대책 내놔야

입력 2023-05-14 18:55:14 수정 2023-05-14 20:31:17

김병구 동부지역본부장
김병구 동부지역본부장

포스코가 포항제철소 설비와 관련한 정비 전문 자회사를 출범시키면서 포항 지역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포스코는 다음 달 1일 협력사 55개(8천여 명) 가운데 정비 부문 협력사 12개(2천500여 명)를 사실상 3개 자회사(압연, 선강, 전기 분야)로 흡수할 방침이다. 나머지 환경, 경비, 운송, 조업 부문 협력사들도 중장기적으로 포스코가 설립한 별도의 자회사로 흡수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포스코 협력사 직원 8천여 명이 포스코 자회사로 옮겨가 근무 여건과 근로조건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포스코가 50년 역사의 협력사(당초 외주파트너사) 시스템을 전격적으로 전환하는 만큼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과제를 떠안았다. 지역의 기대에 부응하고, 우려는 말끔히 해소할 막중한 책임감을 가질 것을 주문한다.

포스코는 당초 정비 전문 자회사 설립 추진 과정에서 밝혔듯이 이번 자회사 설립을 계기로 설비 경쟁력 및 전문성 확보, 안전성 강화에 진력해야 하겠다.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 침수에 따른 제철소 복구 과정에서 체계적인 정비 및 기술력 확보가 절실했던 만큼 설립 취지에 맞는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말이다.

정비 자회사의 안전한 운영을 위해 안전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직원들의 안전관리 수준도 높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또 협력사 직원들이 자회사로 옮겨가는 만큼 직원들의 복리후생과 처우도 상향 조정될 것으로 기대된다.

설비 경쟁력 확충, 안전관리 강화, 처우 개선 등 지역의 기대에 포스코가 제대로 부응해야 자회사 설립의 명분에 맞다.

이 같은 기대 못지않게 자회사 운용에 따른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다. 포스코 협력사가 1973년 이후 50년 동안 지역 출신들이 주로 대표이사를 맡아 오면서 기업활동은 물론 포스코와 지역사회의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도 맡아 왔기 때문이다. 자회사 설립으로 55개 협력사 대표들이 사실상 떠날 것으로 보여 이 같은 중재 역할자가 사라지는 셈이다.

이와 함께 협력사 대표들이 고용, 소비 등 지역의 경제활동에 크게 기여해 온 점도 부인할 수 없다. 협력사의 자회사 편입으로 자칫 지역 밀착의 경제활동은 물론 포스코와 포항의 상생협력 활동이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크다.

더욱이 기존 협력사와 거래하던 지역 납품업체 및 소상공인의 큰 피해가 불 보듯 뻔하다. 포항시에 따르면 정비 부문 12개 협력사 가운데 6개사와 거래하는 지역 납품업체 수는 264개, 거래 규모는 지난 한 해 동안 163억 원 정도다. 이 같은 규모는 12개 협력사로 확대할 경우 2배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중장기적으로 전체 55개 협력사로 확대한다면 연간 1천억 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포스코는 이 같은 지역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특단의 대책과 방안을 내놓을 것을 촉구한다. 포스코가 신설 정비 자회사의 경우 공개입찰 창구인 ㈜엔투비를 통하지 않고 기존 납품업체와 계약 규모를 유지하겠다는 점을 명문화하는 것도 그 방안 중 하나가 될 수 있겠다. 기존 납품업체가 포스코의 자회사인 ㈜엔투비를 통할 경우 사업 규모상 공개입찰에서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포스코가 스스로 밝혔듯이 양질의 일자리를 확대하고, 젊은 인재가 유입되는 등 인구 증가와 경제 활성화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줄 것을 지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포스코와 포항은 반드시 상생 협력해야 할 운명 공동체와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