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저희가 편의점 채울게요" 수성대 학생들 특별 납품

입력 2023-05-14 11:30:00 수정 2023-05-14 18:16:28

정지원 교수 4년째 운영 '작은 편의점'…자비로 물건 채워 선한 마음의 선순환
"교수님 부담 덜어 드리고 감사함 표시"
과자 음료 라면 쉬는 시간 언제나 무료…"4년째 만성적자라 해도 심리적 이득 더 커!"

수성대 안경광학과 학생 대표 손하은(사진 오른쪽)·남준영 학생이 스승의 날을 맞아 정지원 교수(가운데)에게 과자를 선물하고 있다. 수성대 제공
수성대 안경광학과 학생 대표 손하은(사진 오른쪽)·남준영 학생이 스승의 날을 맞아 정지원 교수(가운데)에게 과자를 선물하고 있다. 수성대 제공

"이번엔 저희가 교수님의 편의점을 채우겠습니다."

수성대에는 교수가 직영하는 편의점이 하나 있다. 학생들은 '작은 편의점'이라 불렀다.

2020년 9월부터 4년째 운영되고 있는 곳으로 학생들의 활발한 이용 덕분에 파리가 앉을 일이 없다.

그러나 이곳은 수익을 목적으로 한 곳이 아닌 탓에 장부상 이득이 없다. 일반 편의점과 달리 학생들이 무료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말도 안되는 공간을 내놓은 안경광학과 정지원 교수는 그럼에도 심리적 이득이 크다고 했다. 한 달에 20~30만 원이면 MZ세대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학생들이 작은 이벤트를 준비했다. 스승의 날을 맞아 학생들이 자비로 과자를 납품한 것이다. 지난 4년 동안 베푼 것이 되돌아온 셈인데 김영란법에 저촉되는지 여부는 따지지 않았다.

정 교수는 그저 선한 마음의 선순환 효과로 풀이했다. 그는 "과자, 라면을 매개로 학생들과 속마음을 트기 위해 시작했다. 쉬는 시간이면 학생 누구나 드나들며 이용하기 때문에 교수와 제자 사이의 보이지 않는 벽은 아예 없을 만큼 효과를 보고 있다"고 했다.

스승의 날 '특별 납품'을 자처했던 손하은, 남준영 씨는 "교수님의 '작은 편의점'은 학생들이 언제나 드나들며 과자나 라면, 음료수 등을 마음껏 먹을 수 있어 편한 곳이다. 물론 과자는 우리가 먹겠지만 교수님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 감사함을 표하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부산에서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수성대 안경광학과로 입학한 손 씨의 경우 기존 교수에 대한 이미지와 크게 다른 정 교수의 소통 방식에 크게 놀랐다고 했다.

손 씨는 "과거에는 교수님과 면담이 무거운 숙제였지만, 여기서는 교수님 연구실을 동아리방 드나들 듯이 했다.

그러니 좋은 성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안광학회와 대한시과학회 2년 연속 논문상 수상, 창업아이디어 대회나 UCC대회 등 각종 대회와 행사에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성과를 냈다는 것이다.

오히려 정 교수는 공을 학생들에게 돌린다. 학생들과 소통하며 공감하기 위한 매개체가 필요해 편의점을 운영하기 시작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좋고 학생들에게 얻는 게 훨씬 많다는 것이다.

수성대 측도 이런 방식에 만족감을 보인다. 김선순 수성대 총장은 "안경광학과가 한때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은 학생 충원은 물론이고 취업 등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우량 학과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