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대관식 이모저모] 76세(만 74세)에 왕이 된 찰스 3세

입력 2023-05-07 15:59:40 수정 2023-05-07 20:49:23

전 세계 사랑받던 다이애나비 사망 이후 '불륜 비난'
제국주의 약탈에 대한 사과, 분열된 영국 통합 등 과제

찰스 3세가 6일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영국과 14개 연연방 국가를 대표하는 왕(군주)임을 선포하는 대관식에서 444개의 보석이 박힌 왕관을 쓰고 있다. 연합뉴스
찰스 3세가 6일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영국과 14개 연연방 국가를 대표하는 왕(군주)임을 선포하는 대관식에서 444개의 보석이 박힌 왕관을 쓰고 있다. 연합뉴스

1948년 11월14일 태생. 우리 나이 76세에 영국과 14개 영연방 국가의 새 군주가 됐다. 역대 영국 국왕 중 최고령 대관식은 6일(현지시간) 열렸다. 어린 나이에 왕세자 자리에 올랐지만, 전 세계의 존경을 받으면서 장수한 어머니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난 이후에야 70년을 기다린 왕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게 됐다. 찰스 3세는 다이애나 왕세자비와의 결혼으로 전 세계 화제가 되었지만, 그 전부터 현 왕비가 된 카밀라와 만남을 계속해 다아애니비 사망 이후 '불륜의 아이콘'으로 전세계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왕의 자리에 오르고, 6일 대관식까지 성대하기 치른 찰스 3세는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 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대관식이 군주제를 현대적으로 다듬어 그 지속성을 제시하고, 왕실을 둘러싼 서사를 재구성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전했다.

찰스 3세는 수십년간 국제적 유명인사로 주목을 받았지만, 정작 본인은 왕실의 조연에 그친 삶을 살아왔다. 그 이유는 어머니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나 아내였던 다이애나빈, 혹은 윌리엄 왕세자와 해리 왕자 등 아들들이 주연 역할을 해왔기 때문. 그런 탓에 영국을 상징하는 존재였던 어머니에 비하면 입지가 초라하기 그지 없다.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자메이카 등 14개 영연방 국가들이 국기와 함께 새 왕의 대관식을 축하하기 위해 퍼레이드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자메이카 등 14개 영연방 국가들이 국기와 함께 새 왕의 대관식을 축하하기 위해 퍼레이드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NYT는 찰스 3세도 세계적인 유명인으로서 언론을 통해 진지한 이미지를 쌓아왔으나, 어머니와 달리 오랜 시간에 걸쳐 쌓아온 대중의 애정이나 인기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그럴만한 시간도 없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런 찰스 3세에게 군주제에 대한 영국인들의 지지가 갈수록 떨어지는 것은 큰 고민거리다. CNN방송이 여론조사 기업 '사반타'와 18세 이상 영국 성인 2천93명을 설문해 5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분의 1 이상인 36%가 왕실 가족에 대한 의견이 10년 전보다 '부정적으로 변했다'고 답했다. '긍정적으로 변했다'는 응답은 21%에 그쳤고, 41%는 '변함이 없다'를 택했다.

새 왕으로서 인기도 어머니에게 한참 뒤진다. 유고브 조사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말년에도 70% 이상의 지지율을 유지했던 데 비해 찰스 3세 지지율은 집권 초기 3개월간 55%에 그쳤다고 미국 정치전문 매체 더힐은 전했다.

국제적으로는 과거 제국주의 식민지배 시절의 과오를 반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찰스 3세가 과거 제국주의 약탈에 대한 사과 여부도 관심을 모으고 있으며, 직접 나서기보다는 장남인 윌리엄 왕세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문가 의견의 크다. 더불어 분열된 영국(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독립 문제)을 아우르는 것도 중요 과제다.

※용어설명

◆영연방 국가=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자메이카, 바하마, 그레나다, 파푸아뉴기니, 솔로몬제도, 투발루, 벨리즈, 세인트 루시아, 세인트 빈센트 그레나딘, 앤티가바부다, 세인트 키츠 네비스로 면적으로 따지만 러시아보다 넓으며, 인구는 1억3천500만명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