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대신 사람을 빌려주는 도서관, 그곳에서 타인을 읽는다… '뉴욕 정신과 의사의 사람 도서관'
강아지 단비에게 찾아온 작은 새, '안녕'이 갖는 따뜻한 힘… '우리는 안녕'
사회 계층 간 격차가 커지고 세대 간 갈등이 심화될수록 많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합니다. 나와 다른 부류의 사람에 대한 편견은 강해지고, 비슷한 배경이나 처지의 사람과만 교류하는지 모릅니다. 살면서 나와 다른 세상의 사람과 대화할 일이 얼마나 있을까요? 나와 아무런 공통점이 없는 사람에게 공감하는 것은 가능할까요? 타인에 대한 편견은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요?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을 허물고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는 따뜻한 책 두 권을 소개합니다.

◆타인의 신발을 신고 걸어보라
덴마크를 비롯한 전 세계 80여 개 나라에서 '사람 도서관(Human Library)'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책 대신 사람을 빌려줍니다. 대여 기간은 약 30분입니다. 개인의 경험과 이야기를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공유하면서,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알아가는 것입니다.
'뉴욕 정신과 의사의 사람 도서관'(나종호 지음)의 저자는 자신이 정신과 의사로 진료실에서 만났던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에게 새로운 '책'과 같았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의 편이 되어주는 '따뜻한 진료실'을 넘어, 자신이 만난 '따뜻한 환자'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어 합니다.
저자가 만난 '책'들은 주로 정신 질환자, 노숙자, 실직자, 마약 중독자와 같은 사람들입니다. 정신과 의사가 아니었다면 전혀 만날 일이 없는 부류의 사람인지 모릅니다. 그는 어떻게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을까요? 의사이지만 미국 사회에서 인종적 소수자이기에 저자 또한 타인의 편견과 혐오의 시선을 경험합니다. 그러면서 나와 아무런 공통점이 없는 사람에게 공감하는 것이 가능한지 묻습니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에게 공감하는 것은 가장 쉬운 단계의 공감일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공감은 어디까지 나아가야 할까요? 반 고흐의 '신발'을 언급합니다. 누구도 타인의 신발을 신고 걸어볼 수 없기에 타인의 경험과 관점, 삶을 함부로 재단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입니다. 동정심은 타인의 고통을 타자화한다면, 공감은 고통을 겪는 사람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들어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타인의 진심 어린 공감은 실제로 그 고통을 덜어준다고 합니다. 나아가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일수록 겉은 달라 보여도 실제로 서로가 얼마나 비슷한 존재인지 알게 됩니다. 나와 다르지 않은 존재임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안녕'은 마음으로 주고받는 말이야
문단계의 아이돌로 불리는 박준 시인이 쓴 시와 같은 글에 그림을 넣어 만든 '우리는 안녕'(박준 지음)이라는 그림책이 있습니다. 주인공은 시인의 아버지가 키우는 개 '단비'입니다. 단비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살이가 마치 우리네 사람들 같습니다.
단비는 평소 담벼락 옆에서 자신의 일상을 보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눈앞이 벽처럼 느껴지고 그 벽을 넘지 못해 눈만 감고 말 때, 힘을 내고 싶지만 힘이 나지 않을 때가 찾아옵니다. 그런 단비에게 담벼락을 넘어 새 한 마리가 날아옵니다. 그들은 마당에서 '안녕'이라는 첫인사를 나눕니다.
이후로의 '안녕'은 다양한 상황을 대변하게 됩니다. 함께 부르는 노래가 되고, 빛이 되고, 밥을 나눠 먹고, 안아주는 말이 됩니다. '안녕'이 혼자를 뛰어넘게 된 것입니다. 이런 따뜻한 마음을 딛고 단비는 세상에 나아갑니다. 다른 이에게 '안녕'이라는 말을 건넵니다. 마치 새가 자신에게 다가와 주었던 것처럼 말이죠.
우리의 일상에서도 타인을 향해 '안녕'이라는 말로 다가가면 어떨까요? '안녕'을 뜻하는 다양한 말과 행동을 삶에 녹여내 보면 어떨까요? 낯선 부류의 사람과 어울리는 것이 불편할 수 있습니다.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 소통이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한 발짝 다가가 한 마디 인사를 나누는 것부터 시작해 보면 좋겠습니다.
우리 자녀들이 교실에서 만나는 친구들도 다양합니다. 나와 같을 수 없는 타인을 이해하고, 보이지 않는 간극을 좁히면서 즐겁고 행복한 일상을 꾸려나가길 응원합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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