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존중과 예술가

김민지 아양아트센터 공연기획·홍보담당

김민지 아양아트센터 공연기획·홍보담당

공연예술 분야 종사자라면 관객의 문화향유 활성화 방안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관객의 문화향유 활성화를 위해 기획자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은 무엇일까?

아마도 공연에 참여하는 예술가들을 존중하는 마음을 갖는 것일 것이다.

관객들의 수준이 향상되고 여가시간 활동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예술가에 대한 존중과 지원 또한 비례해야 한다. 이들을 위한 존중과 지원은 당연히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공연을 이루고 있는 많은 요소들이 제아무리 훌륭한 상황이라 할지라도, 예술가를 둘러싼 환경이 병약하면 그 공연은 당연히 실패할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예술가가 직접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관객이 공연을 접하기 전에 이미 예술가의 사상과 활동이 마케팅되는 현상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예술가가 알려지고 이슈가 되어 대중성이 확보된 후 여기에서 만들어진 작품에 대한 가치를 매기는 세상에 살게 된 것이다.

사실 무대를 서는 것을 업(業)으로 살아본 나의 경험에 미뤄볼 때 현실에서 예술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러한 문제는 음악, 미술, 무용, 연극 등 분야를 가릴 것 없이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가들은 스스로를 위한 마케터가 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어진다. 이런 현상은 많은 예술가들에게 어쩌면 큰 기회로 작용할 수 있겠지만 직접 예술가를 만나기 전에 형성된 모습으로 인해 본질적인 모습이 퇴색되기도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마케팅뿐만 아니라 예술가의 삶이 우선시 되는 상황을 만들어 가야 한다. 예를 들면, 아티스트 관련 콘텐츠 영역을 확장해 모바일 환경에서도 작품을 접할 수 있도록 하며, 기업과 아티스트가 협업해 대중과 아티스트의 매개체 역할을 자처하거나,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이용해 아티스트의 예술관을 선보일 기회의 장 제공하기와 예술가들에게 정당한 대가 지불하기 등이다.

예술을 소수가 독점하는 현상, 대중과 소통할 수 없는 예술은 더 이상의 의미가 없다. 새롭게 성장하는 아티스트들이 대중과 만나고, 지속적으로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어야 예술계가 미래를 떠올리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앞으로의 예술계의 발전을 위해 기획자나 관객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키워나가야 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바로 '지속적'이라는 명사일 것이다. 나는 예술가들을 위해 많은 것을 해줄 수는 없지만 '지속적'인 지원과 존중을 통해 그들의 창작활동에 큰 방해 요소인 '불안함'을 지워주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의 역량을 위해 기획자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아주 작은 것일지라도 말이다. 공연 전 예술가들에게 건네는 물 한잔이라도 온도를 체크하며 건네는 습관이나 예술가들의 체크리스트들을 해결해주는 일 등 작은 디테일들이 그들을 감동시키며, 그 감동이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아직까지도 대부분의 예술가는 물질적 보상보다는 예술적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강하다. 이제 우리가 이 '사명감'을 '자존감'으로 바꿔주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는 우리 주변의 누군가의 이야기이며 동시에 우리 문화 예술의 미래를 바꾸는 이야기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