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의 폴리에스터(PE) 원사 제조업체들의 잇단 생산 중단으로 대구경북 주요 산업인 섬유업이 위기를 맞았다. 국내 원사 재고가 바닥나고 원사 생산 중단이 장기화되면, 섬유업체들은 중국산 원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중국산 원사로 만든 원단을 수출할 경우 관세가 더 붙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성안합섬은 지난달 7일 적자 누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조업을 중단했다. 법정관리인이 선임되면 올 7월쯤 재가동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TK케미칼도 지난 2월 구미의 PE 생산 공장 가동을 멈췄다. 국내 원사 생산량 중 두 업체의 비중은 35% 수준이다. 인건비·에너지 비용 상승, 설비 노후 등으로 국내 원사 업체의 경쟁력이 낮아 공장 재가동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산 원사 재고는 한 달 분량 남짓하다. 공장 재가동도 불투명하다. 원사 부족 파장은 직물, 염색가공, 봉제 등 섬유업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중국산 등 수입 원사로 대체해도 공급 불안과 품질 문제가 우려된다. 특히 수입 원사로 만든 원단에는 추가 관세가 붙는다. 국내 원사가 아닌 수입 원사를 사용한 원단은 FTA(자유무역협정) 관세 혜택을 받지 못해 수입 업체가 추가 관세를 물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수출 시장에서 국내 원단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이번 사태는 지역 섬유산업의 실상을 잘 보여준다. 원사업체 조업 중단과 섬유업계의 파장은 경쟁력 저하에서 비롯된 것이다. 업계는 중국산 원사에 대한 관세를 없애거나 줄여주길 원한다. 하지만 이는 미봉책이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가격 경쟁에서 패배 ▷신규 투자 부족 ▷인건비 상승 ▷원자재 및 에너지 비용 상승 등을 경쟁력 저하의 원인으로 꼽는다. 기존 산업 체제가 한계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특히 중국은 가격 경쟁력이 높을 뿐만 아니라 설비와 기술력에서도 한국을 따라잡고 있다. 섬유산업이 생존하려면 중국을 넘어서야 한다. 사업 다각화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차별화하는 것이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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