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브릭이 물감이자 붓…색 섞을수록 다른 색 더 돋보이게 하는 매력”
입체적 표현 더한 ‘모티브’ 작업 이어가…우연성 담은 ‘올 풀림’ 돋보여
어느 날 우연히 본 퀼트 작품 전시회에서 그는 '천'에 매료됐다. 20여 년 후 그의 손에는 천이 떠나지 않았다. '내 이름을 걸고 제대로 된 패브릭 아트를 선보이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작업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구지량 작가는 숙명여대 퀼트 전문가 과정을 수료하고 대구현대미술가협회 회원으로, 싱가포르 프리미엄페이지 소속 작가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대구 수성구 범어동 작업실에서 만난 구 작가는 "지난 1월 개인전과 4월 경산 인포그아트센터에서의 전시를 마무리하고 지금은 7월 수성아트피아 전시, 10월 프랑스에서의 전시 준비에 여념이 없다"고 말했다.
주택을 개조해 만든 그의 작업실은 패브릭 작품처럼 포근한 느낌이다. 구 작가는 "집에서 작업해오다가 작업량이 많아지고 작품도 커지면서 지난해 봄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며 "작업실에 오면 마음이 편안해서인지 하루종일 작업해도 지치지 않고 재미있다"고 했다.
그에게 패브릭이 물감이자 붓이다. 패브릭을 일일이 자르고 한 땀 한 땀 이어 붙이는 반복적이고 섬세한 작업의 연속이다. 그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독특한 질감과 느낌은 패브릭만이 낼 수 있는 것이어서 더욱 특별하다.
"무엇보다 패브릭은 섞을수록 서로의 색을 돋보이게 하는 데 큰 매력이 있어요. 물감은 섞을수록 서로의 색을 죽이고 어두워지지만 패브릭은 섞을수록 서로의 색이 오히려 화려해집니다. 다양한 색을 섞어보면서 내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 즐거워요."
그래서 그의 기존 작품들은 밝고 에너지 넘치는 색과 화려한 패턴이 눈에 띈다. 힘든 일도 툴툴 털고 일어나는 그의 긍정적인 성격을 꼭 닮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조금씩 작업에 변화를 주고 있다. 평면 위의 선 작업들에서, 입체적인 표현을 더한 '모티브' 작업으로 방향을 바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작은 천들이 모여 만들어진 모티브 작업은 각자의 삶 하나하나가 어우러져 소통하고 살아가는 우리의 인생과도 닮았다는 것이 구 작가의 설명이다.
그는 "마치 고민을 덮으려한 듯, 힘든 시기를 지나왔던 작품들은 참 화려했다"며 "최근에는 '쉬어가자'는 생각으로 편안함과 단순함을 작품에 녹여내고 있다"고 말했다.
작품 속 '올 풀림' 역시 '쉼'을 담고 있는 장치가 된다. 패브릭의 성질에 따라 어떤 단면은 종이 자른 듯 깨끗하게 잘리기도, 어떤 단면은 끝도 없이 올이 풀리기도 한다. 구 작가는 "의도하지 않은 표현이 나타나는 것 역시, 마음먹은 대로 살아지지 않는 우리의 삶과 닮았다"며 "그러한 우연성을 있는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 어떤 형태로 작품을 선보이든, 관람객들이 제 작품을 보고 행복함과 편안함을 얻고 갔으면 좋겠어요. 패브릭을 통해 밝은 기운을 전하는 작가가 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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