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완희 대구지검 강력부장 "밀수사범 뿌리 못 뽑으면 마약 확산 못 막아"

입력 2023-04-24 15:52:44 수정 2023-04-24 21:36:09

[인터뷰] 대검 마약조직범죄과장 등 역임한 '마약 수사통'
밀수책, 제조책 등 ‘상선’ 뿌리 뽑지 않으면 유통, 투약범 처벌 무의미
다크웹서 인터넷 쇼핑몰처럼 마약 상품설명, 추천, 다른 쇼핑몰과 비교도
국제공조 강화하고 다크웹, SNS 등 온라인 수사능력 확대 필요
최고전문가인 검찰 마약수사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묶인 발 풀어줘야

20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지방검찰청 강력범죄수사부에서 홍완희 부장검사가 마약 수사와 관련해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20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지방검찰청 강력범죄수사부에서 홍완희 부장검사가 마약 수사와 관련해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마약범죄 기승 속에 정부 차원의 '마약과의 전쟁'이 시작됐다.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가 설치되고 대구경북에도 수사실무협의체가 구성되는 등 마약범죄에 대한 대응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대구지검에서 마약관련 수사를 진두지휘하는 홍완희(49) 강력부장을 만나 마약범죄의 심각성과 대응방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 최근 상황을 보면 한때 마약청정국이라 불렸던 사실이 무색하다. 현재 국내 마약 확산세를 어떻게 보나.

▶마약청정국이란 표현 자체에 그렇게 큰 의미를 부여하진 않는다. 다만 마약사범 연령대가 급격히 낮아지고 있고, 주부를 비롯해 다양한 연령과 계층으로 확산 중이다. 제방 붕괴를 온몸으로 막았던 네덜란드 소년 이야기처럼, 지금이 마약 확산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시점인 것 같다. 지금 막지 못하면 아무리 많은 자원과 노력을 기울여서 불가항력일 것이다.

- 마약수사통으로 기억에 남는 사건을 꼽자면.

▶광주지검에서 국내 마약 유통책을 잡았는데 탈북여성이 태국, 캄보디아에서 물건을 보내더라. 양 국가와 공조해서 국내 송환 시킨 사례가 기억에 남는다.

2021년에 대검에서도 항공기부품인 '헬리컬 기어'를 통해 마약 1톤 정도를 밀수한 걸 잡은 것도 기억에 남는다. 주범이 한국계 호주인이었는데 역시 국제 공조로 검거했다

- 마약범죄 근절의 핵심은?

▶앞서 얘기한 사례처럼 제조, 밀수사범 검거다. 하위 유통사범, 투약사범 100명, 1천명 잡아봐야 이들을 뿌리뽑지 않으면 마약사범은 계속 생길 수밖에 없다. 대검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 밀수사범은 1천392명으로 전년대비 72.5% 급증했다. 대응이 시급하다.

- 국내 유통 마약은 주로 어디서 밀수돼 들어오나?

▶최근 국내 제조는 사실상 거의 없다. 감기약에서 원료성분 추출해 만드는 경우가 가끔 있으나 무의미한 수준이다. 국내 적발 마약 중 약 70%는 필로폰인데, 주로 라오스, 태국, 말레이시아 같은 동남아시아나 미국에서 들어온다.

- 미국에서까지 들어온다니 의외다.

▶ 미국은 원래 필로폰을 많이 안 썼는데 최근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중남미지역에서부터 미국으로 들어가는데 그 중 일부가 한인 등을 통해 국내에 유입된다. 그 양이 적지 않아서 대검찰청이 미국 마약단속국(DEA), 연방수사국(FBI) 등과 교류하면서 서로 범인 정보를 교환하는 등 수사에 힘쓰고 있다.

- 동남아시아에서는 주로 어떤 식으로 마약을 밀수하나.

▶태국인들에 의한 항공특급우편(EMS), 특송화물을 이용한 수입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은 수화물을 이용하는데, 차나 커피 봉지, 태국음식, 옷가지, 영양제에 숨겨 밀수하기도 한다.

- 특정 국가에서 밀수가 많으면 그에 대한 대응을 강화할 것 같은데?

▶태국, 미얀마, 라오스 국경이 만나는 메콩강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이 있다. 국경을 넘나드는 게 쉽고 세나라에 걸쳐서 살고 있는 소수민족들이 많아서 이들의 연결망이 마약 유통에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서 태국발 한국행 수하물에 대해서 단속이 많아지니까 최근에는 라오스에서 수하물을 부치는 식이다. 결국 국제공조 없이는 해결할 수 없는 게 마약 문제다.

- 국제 공조는 어떻게 이뤄지나.

▶검찰이 이미 30여년에 걸쳐 국제공조체계를 구축했다. 한국이 주도한 대표적인 국제 마약수사 공조체계로 아시아 최대 국제마약회의인 '마약류퇴치국제협력회의'(ADLOMICO)가 있다. 또 대검에 아태마약정보조정센터(APICC)가 있다. 마약조직범죄과장이 사무총장 역할을 하고 한국을 중심으로 동남아시아국가들이 참여해 정보 및 인적 교류를 한다. 우리가 수사기법이나 장비를 지원하기도 하고, 대검차원에서 우리 인력을 보내서 현지 마약 사범들 동향이나 범행 수법을 파악하기도 한다. 그런 노력들을 통해서 현지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피의자들을 붙잡아 송환하는 거다.

20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지방검찰청 강력범죄수사부에서 홍완희 부장검사가 마약 수사와 관련해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20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지방검찰청 강력범죄수사부에서 홍완희 부장검사가 마약 수사와 관련해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 국내 마약 유통 증가 원인은.

▶10여년 전만해도 국내 마약류는 소수의 전문 밀수업자가 도매업자, 지역별 중간도매업자, 소매업자 등 복잡다단한 유통망을 거쳐서 투약자에게 전해졌다. 마약을 하고 싶어도 판매자를 모르거나 가격이 비싸서 투약을 못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인터넷으로 투약자가 직접 해외직구까지 할 수 있는 실정이라 20·30대 투약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대검에 따르면 30대 이하가 전체 마약사범 59.7%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 마약 구하기가 그렇게 쉬워졌나?

▶ 최근 마약거래는 주로 SNS에 광고를 하고 다크웹에서 암호화폐로 결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전달도 '던지기' 방식으로 하니 윗선 추적이 어렵다. 유통단계나 위험부담이 줄어드니 단가도 떨어진다.

- 마약을 파는 '다크웹' 사이트는 어떤 모습인가?

▶유명 인터넷쇼핑몰처럼 상품 설명을 해놓는다. 마약별로 효과 설명을 상세히하고 특성에 맞는 마약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다른 쇼핑몰에 비해 어떤 점에서 우위에 있다는 식으로 홍보하는 등 자기들끼리 경쟁도 한다. 들어가는 문이 가려져 있을 뿐 그 문만 열면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 가장 경계해야 할 약물을 꼽자면.

▶ '좀비마약'으로도 불리는 펜타닐이다. 헤로인 100배의 진통 효과가 있는 말기 암 환자용 진통제다. 지난해 미국 내 약물 과다복용 사망자 중 67%가 펜타닐로 사망했고 18~49세 미국인 사망 원인 1위가 펜타닐 중독이었다.

지난해 펜타닐에 중독된 대학생이 밀매상에게서 펜타닐을 매수해 투약하고 일부를 친구에게 판매하다 징역 5년형을 확정 받았다. 이미 국내에도 펜타닐 관련 사건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 유행하다보니 국내에서는 주한미군이나 군가족들, 또 유학생 등을 통해서 퍼져나가는 양상을 보인다. 시차가 있을 뿐 미국이나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마약 문제는 우리나라에도 생긴다고 봐야 한다.

- 일부 국가에서는 대마에 대해서는 합법화 움직임도 있는데.

▶이달 중순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마약 및 조직범죄 관련 국제회의를 다녀왔는데 대마가 합법화 돼 있어 담배처럼 살 수 있고 길거리에서 피고 있더라.

그런데 절대로 대마의 중독성이 낮고 폐해가 적어서 합법화 했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오히려 대마가 광범위하게 퍼지면서 이걸 막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가 너무 커졌다. 이걸 다른 위험한 약물을 막는 데 집중하려고 합법화 한 것에 가깝다.

또 대마가 흔하니까 마약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또 현재는 대마 성분을 농축한 마약들이 많이 나오고 있고, 또 대마 투약이 다른 마약 투약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20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지방검찰청 강력범죄수사부에서 홍완희 부장검사가 마약 수사와 관련해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20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지방검찰청 강력범죄수사부에서 홍완희 부장검사가 마약 수사와 관련해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 지난 정부에서의 검경 수사권 조정과 강력부 축소 등이 마약범죄 대응에 취약점을 만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 검찰은 1996년부터 마약수사관 직렬을 별도 선발해 현재 270명 정도가 있다. 경찰과 세관도 370명, 92명씩 마약수사인력이 이지만 이들은 인사 이동이 있어서 보직개념으로 '왔다 가는' 사람들이라 그 결이 다르다.

결국 검찰이 마약 수사에 관해서는 가장 전문성 있는 집단인데 500만원 이상 밀수사건만 담당하게 했다. 밀매나 투약은 직접 수사범위에서 제외했고 수사지휘권도 폐지되면서 마약수사관들의 발이 묶여버렸다. 현재는 시행령 개정으로 유통범까지 잡을 수 있게 하긴 했지만 활동범위를 더 넓혀줘야 한다.

작년에 모 검찰청에서 밀수사범 검거하다 투약사범도 같이 발견했는데, 112 신고를 해서 경찰관들이 잡아갔다. 웃지 못할 상황이다.

- 마약범죄 근절을 입법으로 뒷받침할 부분을 꼽자면.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에 '마약류범죄'를 추가해야하고 마약전담부서도 재설치해야 한다.

검·경은 물론 해경, 관세청 등 수사·단속기관과 식약처, 교육부, 보건복지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국정원, 국무조정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등 마약관련 유관기관들의 협력이 중요하다, 국가 차원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예산과 인력지원, 또 수사관 사기진작책도 마련할 필요성이 크다.

- 범죄수법이 교묘해지거나 법률적 대응이 고도화되면서 생기는 어려움은?

▶역시 비대면 거래 증가하는 점이 어렵다. 늘어나는 인터넷 및 SNS 마약거래에 대처하고자 2016년 서울중앙지검과 부산지검에 인터넷 마약범죄 전담수사팀을 설치해 상당한 실적을 거뒀으나 이마저 수사권조정으로 해체된 이후에 유통 단속에 큰 차질이 생겼다. 현재 서울중앙, 인천, 부산지검에 다크웹수사팀이 신설되고 관련 마약수사권 정원이 늘어난 것은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다크웹 추적을 위해 온라인 상의 데이터를 수사기관이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온라인 수색 제도', 행위자와 서버 등이 공간적으로 분리돼 있어도 압수수색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원격지 압수제도' 같은 것을 도입해야 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 환각 상태에 빠져 연인, 배우자, 부모 등에게 흉기를 휘둘러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도 있다. 마약은 단순한 호기심으로 접근하기에는 너무나 위험하다.

#홍완희 대구지검 강력범죄수사부장은 사법연수원 34기로 평검사시절부터 주로 마약범죄를 포함한 조직범죄 분야에 대한 수사를 맡아 왔다. 지난해 7월 대구지검에 오기 전 작년까지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과장을 지냈고 앞서 광주지검 강력부장을 역임하는 등 마약수사 경험이 풍부한 국내 대표적 마약범죄 전문가로 꼽힌다.

20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지방검찰청 강력범죄수사부에서 홍완희(가운데) 부장검사와 권예리 검사, 구재연 검사, 이희욱 검사가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20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지방검찰청 강력범죄수사부에서 홍완희(가운데) 부장검사와 권예리 검사, 구재연 검사, 이희욱 검사가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