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시간·인원 제한 전면 해제 1년…일상이 된 이른 귀가, 24시간 영업 옛말

입력 2023-04-20 16:20:11 수정 2023-04-20 21:23:04

지역 상인들 "평일엔 12시 되면 마감, 찾아오는 손님 많이 줄어"
시민들 "밤 10시면 다들 들어가는 분위기…바뀐 술 문화 체감돼"

18일 오후 10시쯤 경북대학교 북문 술집 골목에는 지나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일렬로 늘어선 가게 5곳 중 3곳은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 윤수진 기자
18일 오후 10시쯤 경북대학교 북문 술집 골목에는 지나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일렬로 늘어선 가게 5곳 중 3곳은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 윤수진 기자

늦은 밤까지 대학가, 유흥가를 비추던 거리의 불빛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엔데믹을 맞은 지 1년이 지났지만 이른 귀가가 일상이 된 회식‧음주 문화를 돌이킬 순 없었다. 물가도 가파르게 치솟는 탓에 24시간 심야 영업은 이제 '옛말'이 됐다.

18일 오후 10시쯤 찾은 대구 중구 종로의 한 요리주점. 10여 개의 테이블 중에서 2곳만 손님들이 술을 기울이고 있었다. 부지런히 테이블을 닦고 계산대로 돌아온 김미혜(57) 씨는 슬슬 마감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영업시간은 오후 5시부터 새벽 2시까지지만 늦은 시간까지 가게를 찾는 손님이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금요일이나 토요일은 그나마 낫지만, 예전처럼 영업시간을 넘어서까지 남아 있는 분들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중구 교동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김도헌(27) 씨도 "평일은 저녁 8시에만 반짝 바쁘고 이후에는 손님이 없어 11시가 넘으면 사실상 마감"이라며 "회식해도 예전처럼 늦게까지 하지 않는 것 같고, 대학생들은 택시비도 많이 올라 막차 시간에 맞춰 귀가하는 분위기가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찾은 경북대학교 북문 일대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예전 같으면 학생들로 붐볐을 시간대지만, 북문 교차로부터 식당과 카페로 이어지는 주요 상가 거리에는 10분 동안 네, 다섯 무리의 학생들만 이따금 다닐 뿐이었다. 술집 안에는 한두 테이블만 손님이 있거나, 아예 없는 곳도 한 집 건너 한 집꼴로 보였다.

북문에서 30년간 주점을 운영한 김경희(65) 씨는 "예전엔 취업한 선배들이 한 턱 쏘거나, 시험 기간이라도 1‧2학년 학생들은 가게를 찾았는데 요즘엔 좀처럼 보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날 술집을 찾은 손님들은 변화를 체감하고 있었다. 동성로에서 만난 직장인 박모(35) 씨는 "승진이나 신입사원이 들어오는 특별한 이벤트가 있지 않은 이상 다들 1차만 하고 10시쯤에는 집에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졸업 후 오랜만에 북문을 찾았다는 이경섭(28) 씨는 "오후 6시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했는데, 매장에 있던 6팀 중 저희가 가장 오래 남아있다"며 10시를 막 지나고 있는 시계를 가리켰다.

각종 통계에서도 '이른 귀가' 문화가 드러난다. 티맵 모빌리티가 지난달 3일 공개한 '티맵 트렌드 다이어리 대리편'에 따르면 2021년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대리 호출이 가장 많았던 시간대는 오후 9시였다. 티맵 측은 2차‧3차까지 이어지던 예전의 회식 문화로 돌아가지 않은 것을 주원인으로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무리하게 술을 마시던 관행이 사라진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상권이 위축되는 것은 우려했다. 허창덕 영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술을 강요하지 않는 최근의 시대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술을 절제해 마시고 일찍 귀가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며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영업시간이 줄면서 젊은 층이 일할 기회가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