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팔도명물] 대한민국의 녹차 수도 '보성 녹차'

입력 2023-04-19 14:02:35 수정 2023-04-19 19:02:37

1600년 이어온 차밭 '놀라운 풍경'…다원 정원화, 체험·힐링관광 추진

보성차밭에서 햇차를 따고 있는 보성 농민들. 보성은 표토가 깊고 배수가 좋으며 자갈을 가진 양질의 토양과 해양성 기후와 대륙성 기후대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해 있다. 여기에 안개에 의한 자연차광현상으로 최적의 차향과 맛이 발현된다.
보성차밭에서 햇차를 따고 있는 보성 농민들. 보성은 표토가 깊고 배수가 좋으며 자갈을 가진 양질의 토양과 해양성 기후와 대륙성 기후대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해 있다. 여기에 안개에 의한 자연차광현상으로 최적의 차향과 맛이 발현된다.

보성이 가진 명실상부한 특산물은 녹차다. 대한민국의 녹차수도로, 우리나라의 차문화와 차산업을 선도하고, 나아가 세계에 한국차를 알리며 그 위상을 높여나가고 있다. 제주, 하동 등이 뒤쫓고 있지만, 역사성, 제품력, 생산성, 안전성 등에서의 보성 녹차의 비교 우위는 여전히 분명하다. 1960년대 녹차 수요가 점차 증가하면서 대규모 차밭을 조성하기 시작한 보성의 차 재배 면적은 전국의 37%에 달한다.

녹차수도 보성이라는 슬로건은 이미 모두가 인정하는 지역브랜드로 자리매김했으며, 2002년 처음으로 도입된 농특산물 부문 지리적 표시제에서 보성 녹차가 제1호로 등록되기도 했다. 이러한 독보적인 위상으로 2007년 녹차특구로 지정됐다.

품질 향상에도 노력을 기울여 지난 2009년부터 국내 유기인증에 이어 미국, 유럽, 일본 등 국제유기인증에 나서 11년 연속 획득하면서 품질 고급화와 세계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2018년 보성 녹차밭이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받아 그 역사성과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고려시대부터 즐긴 '뇌원차'의 원조 보성

용어가 다소 낯선 '뇌원차'는 고려시대 왕실에서 주로 사용했던 차로 알려져 있다. 국가행사, 거란에 보내는 예물, 신하에게 내리는 하사용 등 최고의 선물로 사용했는데, 전남에서 생산됐다는 기록이 있다. 신라시대에는 향·부곡을, 고려시대에는 소를 설치했는데, 이 중 다소(茶所)는 차를 생산하는 지역이었다. 전국 16개 다소 중 지금의 보성과 그 인근 지역, 즉 당시의 장흥도호부 산하에 13개소가 있었고, 이 중 웅점 다소는 현재의 보성 웅치라고 학계는 주장하고 있다.

지난 3월 28일 보성세계차엑스포 개최 30일을 앞두고 보성군은 서울 경희궁에서 붐업 페스타를 개최했다. 올해로 11회를 맞는 보성세계차엑스포는
지난 3월 28일 보성세계차엑스포 개최 30일을 앞두고 보성군은 서울 경희궁에서 붐업 페스타를 개최했다. 올해로 11회를 맞는 보성세계차엑스포는 '천년의 보성 차, 세계를 품다!'란 주제로 4월 29일부터 5월 7일까지 9일간 개최한다.

동국여지승람(1478년) 보성군편에서는 토산품으로 차를 생산하고 있음을 소개하고 있을 정도로 보성은 녹차 전통 자생지라고 할 수 있다. 현재도 옛 지명이 남아 '약찌미뻔덕지'로 약을 찌는 척박한 마을이라고 불리며 차를 생산하던 곳이었다. 웅치 약산마을은 신라시대의 차향(차를 만들던 마을)이며, 노원이라 불리다

고려 때 비슷한 음의 '뇌원'으로 바뀌면서 '뇌원차'로 불렸다는 것이 최근 연구를 통해 밝혀지기도 했다. 뇌원차는 보성 녹차가 가진 천년의 역사를 증명하고 있으며, 보성군은 뇌원차의 원형 발굴과 복원에 힘쓰고 있다.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은 녹차 재배에 있어 보성의 역사적, 지리적인 장점을 잘 알고 있었다. 보성은 표토가 깊고 배수가 좋으며 자갈을 가진 양질의 토양과 해양성 기후와 대륙성 기후대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해 있다. 여기에 안개에 의한 자연차광현상으로 최적의 차향과 맛이 발현된다는 것이다.

1939년 (주)경성화학이 전국 최초로 대규모 다원 30ha를 조성한데 이어 해방 이후 1946년부터 1973년까지 농어촌특별소득사업으로 590ha까지를 이를 확대했다. 1973년에는 전국 800ha 가운데 무려 74%를 차지할 정도였다.

하지만 1970년대 후반 녹차 수요 감소 등으로 면적이 241ha까지 감소하는 등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보성군은 보성 녹차를 전국에 알리기 위해 1985년 제1회 보성다향제를 시작하고, 1996년부터는 특수시책사업으로 '범군민 차밭조성 10개년 계획'을 수립해 2005년까지 540ha로 다시 넓혔다.

보성차밭은 수려한 자연 경관으로 영화와 드라마, 광고 촬영지로 인기가 있다.
보성차밭은 수려한 자연 경관으로 영화와 드라마, 광고 촬영지로 인기가 있다.

◆세계가 주목하는 자연경관이자 힐링 여행지 보성차밭

보성차밭은 수려한 자연 경관으로 영화와 드라마, 광고 촬영지로 인기 있는 곳이다. 지난 2013년 미국 CNN이 선정한 '세계의 놀라운 풍경 31선'에 선정되는 등 세계적인 인지도도 높다. 특히, 아침안개 자욱이 깔린 차밭을 걸으면 향긋한 숲내음은 짙어지고 푸르른 차나무가 마음을 치유해 주는 듯 하다. 아침안개 자욱한 차밭을 사진에 담으려는 작가들의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광주나 순천에서 보성으로 달리다 보면 보성 진입과 동시에 안개가 펼쳐지는 풍경은 마치 시공간이 다른 곳에 와있는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사시사철 푸른 잎을 띈 차나무는 언제 봐도 싱그러움을 안겨주지만, 아침에 자욱한 물안개 속에 펼쳐지는 초록잎의 몽환적인 분위기는 꿈속에 있는 느낌을 갖게 해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차밭이자 국내유일 차 농원인 대한다원에 짙게 내린 아침안개도 장관을 이룬다. 다양한 매력의 보성 차밭은 이국적인 경관을 자랑하며 5회 연속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 되는 등 관광지로서의 가치가 크다.

보성군 관계자는 "보성차는 단순히 마시는 음료라기보다 보성이라는 지역을 설명하고, 보성사람을 지탱하는 산업이며, 문화이자 정신이다"며 "노령화와 생산비 증가로 전통 방법으로 차를 재배하고 제다하는 농가가 매년 감소하고 있지만 경제적인 이유만으로 1600년을 이어온 보성차의 역사와 문화, 농업기술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보성차밭을 근간으로 하는 보성 녹차 생산 시스템은 2018년 국가 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 지역이 보전해야할 소중한 가치라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큰 의의가 있다.

세계 속 관광지로 잘 알려진 녹차수도 보성을 찾은 한 가족이 차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보성 녹차 농업 시스템은 지난 2018년에는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지역이 보존해야할 소중한 가치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세계 속 관광지로 잘 알려진 녹차수도 보성을 찾은 한 가족이 차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보성 녹차 농업 시스템은 지난 2018년에는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지역이 보존해야할 소중한 가치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세계로 진출하는 건강식품 보성 녹차, 수출도 활발

보성녹차는 최근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에 입점해 가루차 부분에서 신제품 1위에 올랐다. 미국만이 아니라 중남미, 아시아권에서도 활발하게 수출이 되고 있으며, 지난 2022년에는 세계 최고 규모의 프랑스 파리식품박람회에 참가해 유럽시장 진출 교두보를 마련했다.

여기에 전남형 지역성장 전략사업 공모에 선정되면서 차 산업에 앞으로 110억원의 예산을 투입, 기능성 원료 추출에 나서고 있다. 녹차를 원료로 한 메디푸드, 화장품, 기능성 소재 상품들을 개발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키워나갈 방침이다.

보성군은 최신 관광 트렌드에 맞춰 다원을 체험하고 배울 수 있는 6차 산업으로의 육성을 꾀하고 있으며, 차밭을 정원화 해 편히 쉴 수 있는 힐링 공간으로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동원F&B, CU 등과는 협업해 새로운 음료 개발과 출시를 비롯해 간편식 시장에도 뛰어들고 있었다.

녹차는 기본적으로 비타민C가 풍부해 피로회복과 심장병 예방 및 혈압감소, 노화억제에 효과가 있으며, 비만, 스트레스 등 각종 성인병 예방과 여성미용 등에 효능이 있어 건강식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 보성세계차엑스포 개최

보성군은 2023년 제11회 보성세계차엑스포를 '천년의 보성 차, 세계를 품다!'란 주제로 4월 29일부터 5월 7일까지 9일간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보성세계차엑스포 조직위원회 주관으로 한국차문화공원, 보성읍, 벌교읍, 율포해변 등 보성군 일원에서 통합축제형 엑스포로 개최할 예정이다. 올해 11회째를 맞이하는 보성세계차엑스포의 주요 프로그램은 공식행사, 특별공연, 전시·판매, 품평·경연대회, 학술대회, 체험행사, 부대행사 등으로 구성된다.

특히 기존의 고정된 개념의 엑스포를 탈피하고 새로운 모델의 엑스포를 보여주면서 차문화 부흥과 보성군 차산업의 미래방향을 제시할 방침이다. 행사 기간 중에 보성다향대축제, 서편제보성소리축제를 비롯한 불꽃축제, 전국장사씨름대회, 녹차마라톤대회, 요트대회 등 전국단위 체육대회를 동시에 개최해 다채로운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김철우 보성군수는 "타 엑스포와 차별화된 프로그램으로 다 같이 즐기며 체험할 수 있는 축제형 엑스포를 새롭게 시도해 관광객들에게 차와 낭만을 함께 선사하겠다"고 자신했다.

광주일보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김용백 기자 kyb@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