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5만명 사수" 의성군 꼼수?…공무원에 위장전입 부추겨 논란

입력 2023-04-20 15:14:22 수정 2023-04-20 18:52:19

'의성 사랑주소갖기' 운동…새내기 공무원 및 업체 관계자가 주 타깃
막대 예산 쓴 정책 효과 없어…일각선 "시설 조성에 투자를"

의성군청 전경.
의성군청 전경.

최근 인구 5만명 선이 무너진 경북 의성군이 인구늘리기 캠페인을 벌이면서 실질적으로는 공무원, 기업 관계자들에게 위장전입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일 군 등에 따르면 지방소멸 위험지수 전국 1위인 의성군은 지난 3월 인구수가 전달 보다 88명 줄어 4만9천954명을 기록했다. 2011년 인구 6만명 선이 붕괴한데 이어 이번엔 5만명 선까지 뚫린 것이다.

이는 사망자가 출생자보다 많은 인구 자연감소 현상이 가속화된 탓으로 지난해만 해도 의성군은 사망자(1천128명)가 출생자(193명) 보다 6배 가까이 높았다.

이에 군은 당장 4월부터 인구 5만명 회복을 위해 '의성 사랑주소갖기' 운동에 돌입했다. 의성에 주소를 두지 않은 공무원의 주소 이전과 읍면별 할당을 통해 800명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각 마을 이장들에게도 마을별로 3~5명 의성에 주소를 옮길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요청해 놓은 상태다.

문제는 의성 주소갖기 운동이 위장전입을 부추기고 있다는 데 있다. 특히 젊은 공무원들과 관급 수주 등을 하는 기업 관계자들이 그 대상이어서 곳곳에서 반발이 터져 나온다.

군청 새내기 공무원 A씨는 "상급자가 친척 또는 지인 집으로 주소를 옮기는 게 어떠냐고 권유했다"며 "위장전입을 하라고 암묵적으로 강요하는 것인데 이는 엄연한 불법 아니냐"고 어이없어했다.

관급공사를 하는 기업 관계자 B씨도 "의성에 주소를 이전하지 않으면 공사 수주에 어려움이 있을까 우려된다"며 "위장전입 밖에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와 더불어 그간 의성군의 인구소멸 극복을 위한 각종 정책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인구소멸 극복을 위해 의성군에 쏟아부은 예산(국·도비 등)은 1천280억원에 달한다. 이웃사촌 시범마을 조성 등 주로 청년층 유치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정책 방향에 대해 군청 내부에서조차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란 비판을 내놓고 있다.

군청 공무원 C씨는 "대구 등 대도시에서도 청년층의 수도권 유출이 심한데 시골 의성에서 제아무리 젊은사람 유치하려고 돈 퍼부어댄들 일회성 이벤트에 불과할 뿐"이라며 "차라리 실버타운 제대로 하나 지어서 일자리 늘리고 노인인구도 유치하는 게 현실적이지 않나"고 반문했다.

일각에서는 지금이라도 방향을 바꿔 의료·교육 관련 인프라 조성과 편의시설 확대 등에 장기 투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군민 D씨는 "열악한 생활환경은 차치하고 공무원들조차 퇴직하면 떠나려고 하는데 어떻게 인구가 늘 수 있냐"며 "겉만 번지르한 보여주기식 인구정책 말고 이곳에 사는 사람들부터 살 만한 곳이구나 하고 느낄 수 있도록 할 때 서서히 인구는 늘어날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