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알뜰폰이 온다…복잡한 통신업계 속내

입력 2023-04-17 17:00:24 수정 2023-04-17 19:12:23

정부, 은행의 알뜰폰 시장 진출 공식 허용…국민은행 ‘리브엠’ 사업 계속
중소 알뜰폰 업계 “시장 교란할 것” 우려-통신사 “고객 될 수도, 경쟁자 될 수도” 고심

알뜰폰 사업자
알뜰폰 사업자

시중은행이 알뜰폰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되면서 지역 통신업계의 속내도 복잡해졌다. 중소 알뜰폰 업계는 은행의 시장 진출이 생태계를 교란하는 '공룡'이 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고, 이동통신 3사는 '고객'이자 '경쟁자'가 될 은행 알뜰폰에 대한 대응전략을 고심하는 모습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2일 정례회의에서 은행이 가상이동통신망 사업(MVNO·알뜰폰)을 부수업무로 할 수 있게 하는 규제 개선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KB국민은행이 운영하는 알뜰폰 '리브모바일'(리브엠)이 첫 번째로 사업승인을 받았다. 지난 2019년 12월 규제샌드박스로 알뜰폰 시장에 진출한 리브엠은 3년 만인 지난해 말 40만 가입자를 모으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지난 16일로 특례기간 만료가 예정돼 사업 지속이 안갯속이었다.

정부가 은행의 알뜰폰 시장 진출을 허용하면서 지역 알뜰폰 업계는 생존 갈림길에 섰다. 대구 한 MVNO 업체 관계자는 "최근 자급제폰 시장이 확대되면서 요금에 민감한 사용자가 많아졌다"며 "은행이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면 분명히 기존 업체들보다 싼 요금제를 내놓을 텐데 위기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알뜰폰은 업체가 통신 3사에 망 대여료를 내고 멤버십 등 다른 혜택은 최소화해 싼 요금제를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구조다. 중소 알뜰폰 업계는 리브엠이 망 대여로보다 싼 요금제를 출시했던 예를 들며 "은행의 알뜰폰 진출이 시장 건전성을 해칠 것"이라고 우려하는 상황이다.

통신 3사는 은행의 알뜰폰 시장 진출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는 대신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대구 통신업계 관계자는 "은행은 자체 통신망이 없기 때문에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면 통신사에 망 대여료를 내야 한다. 즉 은행이 고객이 될 수도, 잠재적 경쟁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라며 "(리브엠 사례 외에) 당장 이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은행도 없어 당분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공정경쟁을 위한 추가 룰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측은 "이동통신 자회사에 알뜰폰 점유율 상한선을 부여한 것처럼 금융 사업자에도 점유율 제한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