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간 살대 간격 약 25cm…성인 남성 상체도 충분히 통과
사고 발생 지점에서 지하 1층까지 20여m…뻥 뚫린 회전형 계단 구조
대구 수성구 한 호텔 예식장 비상계단에서 2세 여아가 추락해 숨진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문제의 계단이 '안전 사각지대'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성경찰서 등에 따르면 16일 오후 1시 49분쯤 수성구 한 호텔 예식장 3~4층 비상계단 난간 틈새로 2살 A양이 지하 1층으로 떨어졌다. 심정지 상태였던 A양은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 판정을 받았다.
호텔 측이 CCTV를 확인해 본 결과 A양과 그 가족들은 사고 발생 6분 전 예식장 건물에 입장했다. 비상계단 내부에는 CCTV가 없지만, 이동 시간 등을 고려하면 호텔 내부 시설은 이용하지 않고 건물에 연결된 주차장으로 가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호텔 관계자는 "아버지와 손을 잡고 계단을 올라갔으나, 잠시 손을 놓은 사이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유족과 연락이 닿지는 않았으며 경찰 조사가 끝난 뒤 공식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가 발생한 비상계단은 외부 지상 주차장과 예식장을 연결한다. 평소에도 이용자가 많은 곳이지만, 추락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설비는 미비했다. 취재진이 측정한 호텔 비상계단 난간 높이는 120cm, 살대 사이 간격은 25cm 정도였다. 난간 틈새는 성인 남성의 상체가 충분히 통과하고도 남았다.
회전형 계단 가운데는 떨어지면 지하 바닥까지 그대로 추락하는 뻥 뚫린 구조였다. 사고가 발생한 난간에서 지하까지 20여m에 달했다. 그러나 그 사이에 있는 안전장치라고는 2~3층 사이 계단과 계단을 잇는 철봉 구조물 하나뿐이었다.
사고 소식이 알려지자 평소 넓은 계단 간격이 불안했다는 증언도 쏟아졌다. 해당 건물에는 예식장뿐만 아니라 대형 키즈카페도 입점해 있어 어린아이와 대동한 부모들의 출입이 잦았다. 예식장 인근 카페의 한 종업원은 "예식장 2층에 대형 키즈카페가 있어서 주말이면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방문객이 많이 찾아왔다"며 "이번 사고로 해당 비상계단이 위험하다는 인식이 생겨 방문객 수에도 영향이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안전조치 미비가 사고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난간 간격 등이 현행 기준을 준수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시설 규모를 고려하면 발이 밑으로 빠지지 않도록 하는 추락 방지턱이나 안전 그물망 같은 장치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가 2015년 2월 마련한 '실내건축의 구조·시공방법 등에 관한 기준'에 따르면 다중이용 건축물의 실내에 설치되는 난간은 영유아나 어린이가 짚고 올라갈 수 없는 구조로 만들어져야 하며, 난간 사이 간격은 10cm 이하여야 한다. 예식장 등 문화 및 집회시설은 다중이용 건축물에 해당한다.
그러나 사고가 난 호텔 계단에는 새로 마련된 기준이 적용되지 않았다. 호텔 측이 건축 심의를 요청한 시기가 2014년 2월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건축법상 과실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설계상 하자 유무 등을 전반전으로 살펴볼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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