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학설립·운영 규정'에 의할 것 같으면, 의학계열이 있는 대학은 학생들의 임상교육을 위해서 부속병원을 직접 갖추거나 수련병원 지정 기준을 충족하는 병원에 위탁하여 교육에 지장이 없이 실습하도록 해야 한다고 되어있다. 이에 따라 전국의 모든 의과대학이나 치과대학에는 'OO대학교병원' 혹은 'OO대학교치과병원'이 설치되어 있어서 학생들의 임상교육과 전공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모 대학과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서 대학 발전의 동력을 제공하기도 한다. 특히 과거에 비해 병원의 규모가 커지고 병원의 기능이 다양해짐에 따라 병원의 사회경제적 역량이 크게 증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대학 발전에 미치는 병원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하겠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많은 사립 대학에서는 대학과 병원을 사실상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해서 운영함으로써 연구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학생교육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립대학뿐만 아니라 미국의 주립대학도 대학병원은 전체 대학교의 한 구성원으로 되어 있어서 대학병원의 재정이 전체 대학교 재정에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 미국 UCLA의 2022년도 회계보고서에 의하면 UCLA 전체 부문별 수입에서 메디컬센타 수입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였는데, 전체 UCLA 수입의 약 3분의 1이 메디컬센타 수입이었다. 이와 같이 대학병원과 대학이 하나의 회계 단위로 운영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라고 볼 수 있는데, 이에 비하여 우리나라의 국립대학교와 국립대학교병원은 완전히 별개의 기관으로 분리되어 있어서 두 기관 사이의 협력과 상생 발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국립대학교는 공무원 조직으로서 교육부의 부속기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인사와 예산에서 거의 전적으로 국가의 통제를 받고 있기 때문에 대학 운영의 자율성이 매우 미흡한 수준에 머물러있다. 이에 비해, 국립대학교(치과)병원은 '국립대학(치과)병원설치법'에 근거하여 설립된 독립 법인이어서 공무원 조직에서 벗어나 있으며, 모 대학과는 완전히 별개의 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대학병원에서 모 대학을 위해서 지원할 수 있는 분야는 국립대학병원설치법에 규정된 '의학계 학생의 임상교육'과 '의학 연구'에 한정되어 있으며, 그밖에 모 대학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대학병원이 대학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차단되어 있다. 심지어 의학계 학생에 대한 장학사업도 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아서 병원의 수입이 아무리 많아도 학생들에게 장학금 지급이 어렵다고 한다.
오늘날과 같이 국립대학교병원이 독립 법인으로 되어 모 대학과 분리된 것은 1978년에 서울대학교병원이 특수법인으로 발족된 것으로 시작해서 1993년에 경북대병원과 전남대병원이 독립 법인화되었고 그 후 전국의 모든 국립대학교병원이 순차적으로 독립 법인화되었다. 국립대학교병원이 독립 법인화되기 이전에는 의과대학부속병원 체제로 있었는데, 공무원 조직으로 운영되는 병원의 특성상 경영 효율성이 너무 떨어져서 만년 적자 병원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었다. 그 당시에 외국에서 의료장비를 도입하려면 대학 본부→교육부→조달청 입찰과 같은 절차를 거쳐야 하였기 때문에 2년 이상 소요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국립대학교병원의 독립 법인화 이후에 자율경영과 독자 경영을 통하여 과거의 의과대학부속병원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장족의 발전을 이룩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경북대학교병원을 비롯한 몇몇 국립대학교병원은 제2병원도 개원해서 발전에 가속도를 내고 있으며, 예산 규모에 있어서도 대부분의 국립대학교병원이 모 대학교의 예산 규모를 훨씬 능가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제는 국립대학교병원의 발전 성과를 모 대학교와 공유해서 두 기관의 협력을 강화하고 상생 발전하는 방법을 모색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것은 침체의 늪에 빠진 지방 국립대학교에서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사항이다.
최재갑 경북대학교치과병원 구강내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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