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사살했더라면…알프스 '살인곰' 이번에 조깅하던 청년 습격

입력 2023-04-13 09:48:36

개체수 급증에 주민·관광객 불안…이탈리아 당국 "안락사 방침"

스위스의 한 동물원에서 생활하는 불곰. 기사와 무관. EPA=연합뉴스

최근 야생 곰 개체수가 급격히 늘고 있는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 트렌티노 칼데스에서 또 다시 사망 피해가 발생했다. 조깅하던 20대 청년이 야생 불곰의 습격에 목숨을 잃었다.

12일(현지시간)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숨진 청년은 안드레아 파피(26)로, 그의 가족들은 조깅하러 나간 아들이 돌아오지 않았다고 신고했다. 당국은 현장을 수색한 끝에 숲길 근처에서 파피의 시신을 발견했다.

당국에 따르면 시신에는 얼굴과 복부 등이 물리거나 찢긴 듯한 깊은 상처가 있었다. 불곰의 습격 정황이다.

피해자의 상처에서 DNA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습격한 곰의 '신원'도 파악됐다. 정부가 관리 중인 17살짜리 암컷 불곰 'JJ4'였다.

JJ4는 2020년 6월에도 비슷한 지역에서 한 아버지와 아들을 동시에 습격한 전과가 있었다. 당시 주 당국이 JJ4를 사살하려 했지만, 법원이 저지했었다.

같은 곰이 또 사람을 습격한 것으로 드러나자 현지 주민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 특히 파피가 조깅하다 곰에게 습격당한 지역은 주민과 관광객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기 때문이다.

당국은 2000년대초 이 지역에 곰 3마리를 방사했다. 꾸준한 보존 노력 덕분에 최근 개체수가 100마리로 불어났다. 문제는 기대와 달리 불곰들이 알프스 전역으로 서식지를 확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곰의 개체 수가 위험수위에 이른 것으로 보고 유럽의 불곰 보호계획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JJ4를 쫒는 당국은 이번엔 안락사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마우리조 푸가티 트렌티노 주지사는 "곰을 추적해 주민을 안심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동물보호단체 국제동물보호기구(OIPA)는 신중한 대응을 촉구했다. OIPA는 "책임 있는 행정이라면 동물다양성 보호의 규칙에 따라 행동해야지, 보복·복수하겠다는 마음으로 움직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