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고교 '남녀공학' 선택 아닌 생존의 문제

입력 2023-04-16 16:09:55 수정 2023-04-16 20:34:57

학령인구 감소·성비 역전 심화…한쪽 성별로는 정원 못 채워
대구 일반고 남녀공학 비율 2003년 42.6%→2023년 55.4%로 확대
학령인구 감소 등 영향… 심인중·경구중도 최근 남중→공학 전환
여전히 남학교·여학교 선호 여론도… "교육적 측면 고려해도 공학 전환 필요"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학령인구 감소와 성비 역전(여성〉남성) 현상 등이 맞물려 대구 중·고교의 남녀공학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한쪽 성별만 모집할 경우 정원을 채우기 어렵고, 성비가 꾸준히 하락하며 여학생이 다닐 학교가 상대적으로 부족해지면서 남녀공학의 필요성이 높아진 것이다.

지난 20년간 남녀공학 비율은 일반고와 중학교에서 모두 10%p 이상 상승했다. 16일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지역 일반계 고등학교의 남녀공학 비율은 2003년 42.6%(61개 중 26개)에서 올해 55.4%(74개 중 41개)로 12.8%포인트(p) 늘었다.

같은 기간 지역 중학교의 남녀공학 비율 역시 73.0%(111개 중 81개)→86.3%(124개 중 107개)로 13.3%p 확대됐다.

2000년대 초반 교육부는 양성평등 인식 확산에 따라 남녀 학생 모두에게 평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하고자 남녀공학으로의 전환을 유도했다.

반면, 최근 이뤄진 남녀공학으로의 전환은 학령인구 감소와 성비 변화의 영향을 받은 결과로 볼 수 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대구 학령인구(만 6~18세)는 2003년 43만4천 명에서 점점 줄어 2009년 39만8천 명을 기록하며 40만 명선이 붕괴했다. 이후에도 계속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올해 지역 학령인구 수는 23만7천 명에 그쳤다.

성비 변화도 남녀공학 전환에 불을 지피는 요인이다. 대구의 성비(여자 100명당 남자 수)는 2003년 101.7명에서 2010년 99.6명을 찍으며 처음 100명 아래로 떨어졌고 올해는 96.8명으로 더 하락했다.

실제 1953년 개교한 심인중은 그간 남자중학교로 명맥을 유지해왔으나 지난 2021년 기존 남구에서 달성군으로 이전하면서 남녀공학으로 전환됐다. 인근 초등학교를 졸업한 여학생들이 근처에 다닐 수 있는 중학교가 필요해서였다.

중구 남산동에 있는 사립중학교인 경구중 역시 1961년 남학교로 개교했으나 올해부터 남녀공학으로 바뀌었다. 최근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 모집이 점점 어려워진 데 따른 조치였다.

일부 학부모나 교사들은 여전히 단성학교를 선호하기도 한다.

단성학교가 공학보다 학업에 집중하기 좋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많고, 교사들 입장에선 성 관련 생활지도가 공학에 비해 수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학교 1학년, 고등학교 2학년 두 딸을 모두 범어동에 있는 여고에 보낸 학부모 구모(49) 씨는 "요즘은 사춘기가 빨라 고등학생이면 거의 어른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며 "남학생들에게 잘 보이려고 화장하고 꾸미는 데만 신경 써서 정작 학업을 소홀히 할 수 있을 것 같아 둘 다 여고에 보냈다"고 했다.

교직 경력 7년차로 남녀공학 중학교에 근무 중인 교사 배모(35) 씨는 "남녀공학의 경우 신학기엔 서로 서먹한데 방학이 지나고 2학기가 되면 보통 한 반에 커플 5쌍 정도는 탄생하는 듯하다. 안타깝게도 이런 친구들이 성적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 건 사실"이라며 "여기에 교내에서 커플끼리 과하게 스킨십을 하는 상황도 일일이 제지해야 한다. 남녀공학이 학습 지도나 생활 지도에 있어 단성학교보다 어려운 부분이 있긴 하다"고 했다.

반면, 인구 구조 변화와 별개로 교육적 측면에서도 남녀공학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구 한 남녀공학 고교에 재직 중인 교사 강모(45) 씨는 "젠더 갈등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 청소년기부터 함께 학교 생활을 하며 이성을 이해하고, 이성과 협조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교육적으로 중요해졌다"며 "남녀학생이 섞여서 함께 수행평가를 치르고, 체육대회에 입을 반티를 정하는 과정에서 마찰을 빚기도 하지만, 이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평화적인 갈등해결 방법을 배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교육청 역시 통학 편의를 고려해 학생을 적절히 배치하기 위해선 향후 지속적으로 남녀공학 전환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 수가 줄어드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학교 설립은 어렵지만 개발 사업에 따른 인구유입 증가가 예상되는 구도심 지역의 경우 학교 통학 여건 개선을 위해 남녀공학으로의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시교육청은 학교법인 측과 학령인구 감소 추이와 미래 학교의 다양한 형태 등에 대해 꾸준히 정보를 공유하고 논의를 진행해 자발적인 전환을 지원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