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광고로 쉽게 접근 가능…올해 10명 중 4명은 젊은세대
10대 사범 30대 앞지르기도
"처벌보다는 치료 초점 둔 정책 필요"
19세 A씨는 고등학교 1학년 때 '해보니까 좋은데 너도 같이하자'는 친구의 권유로 마약을 처음 접했다.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이었지만 투약은 2년 넘게 지속됐다. 공부도, 친구도 그 무엇도 마약만큼의 기쁨을 주지 못했다. 결국 A씨는 3년 만에 병원을 찾아 치료받기 시작했다.
대구마약퇴치본부를 찾은 20대 B씨도 '담배보다 순하다'는 말에 마약에 손을 댄 것을 상담 내내 후회했다. 해당 마약은 젊은 마약 중독자의 절반 이상이 구입하는 '게이트(관문)약물'로 불린다. 별거 아니라는 생각에 쉽게 손을 댔다가, 결국 다른 마약으로 빠지기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B씨는 마약 중독을 '뜨거운 물에 넣고 끓이는 개구리'에 비유했다. 개구리는 온도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 채 서서히 죽어간다.
그는 "처음엔 시간이 나면 마약을 했는데, 나중에는 마약을 하기 위해 시간을 내게 되더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모든 일에 무기력을 느끼게 됐고, 결국 친구와 직업까지 모두 잃었다"고 털어놨다.
서울 강남 학원가에 이른바 '마약 음료'가 유통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진 가운데 1020세대의 마약범죄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마약을 쉽게 구할 수 있는 환경과 일상에 스며들고 있는 마약범죄에 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1일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10대와 20대 마약사범은 2018년 55명에서, 지난해 204명으로 5년 동안 3배 이상 늘었다.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검거된 마약사범도 10명 중 4명이 1020세대였다. 특히 10대(16명·17.4%) 마약사범 수가 30대(14명·15.2%)를 앞지르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경랑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 상담실장은 "자주 찾는 클럽에서 마약을 처음 접하거나, 해외 유학에서 알게 된 후 국내에서 직구입하는 젊은 세대들이 많다. 청소년들은 SNS 등에서 광고로 유입되기도 한다"며 "특히 우울증 등 정신과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기분이 좋아진다'는 마약의 유혹에 넘어가기 쉽다"고 말했다.
마약사범 중 젊은 층이 늘어난 원인은 마약 구입이 쉽고 저렴한 탓이다. 과거에는 가격이 비싸고 구하기도 어려워 조직폭력배, 재벌가, 연예인 등 일부 소비층을 중심으로 확산했지만 지금은 각종 SNS에서 클릭만으로 손쉽게 구매가 가능하다.
취재진이 SNS 등 각종 사이트에 접속해 가격을 문의해보니 C마약은 1g당 16~17만원에, D마약은 1g당 70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었다. 대략적인 1회 사용량이 C마약은 0.5g, D마약은 0.05g인 점을 감안하면 1회 사용량 기준 C마약은 8만원대에, D마약은 3만원대에 거래되는 셈이다. 계정 운영자는 '안전거래'를 강조하며 각종 사용 후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구매 방식도 전처럼 대면이 아니라 약속 장소에 물건을 갖다 놓는 '던지기 수법'이 활용된다. 지난해 경북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마약을 판매‧운반·환전한 일당 4명을 검거했는데, 모두 던지기 수법이 사용됐다. 구매자로부터 가상자산으로 대금을 입금받은 뒤 특정 장소에 마약을 갖다 두면 구매자가 찾아가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의 마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을 촉구했다. 박승현 대동병원 부원장은 "우리나라가 그동안 마약 문제를 치료보다는 처벌에 초점을 맞추면서, 병원에 오면 경찰에 잡혀갈까 봐 두려워하는 환자들도 많다"며 "대구에도 마약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이 한두 개에 불과한데, 앞으로는 환자들이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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