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문화는 스토리다

입력 2023-04-06 12:43:37

김민지 아양아트센터 공연기획·홍보담당

김민지 아양아트센터 공연기획·홍보담당
김민지 아양아트센터 공연기획·홍보담당

공연을 기획하다 보면 여러 가지 요소를 활용하게 되는 순간이 온다.

그중 인프라를 활용한 스토리텔링 작업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기획자야말로 관객의 감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기획자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란 스토리(story)와 텔링(telling)의 합성어로, 상대방에게 알리고자 하는 바를 생생한 이야기로 재미있고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행위를 일컫는 말이다.

스토리텔링은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오는 구전이 기반이지만 현재에는 드라마, 영화, 음악과 같은 콘텐츠를 통해 확산돼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공연기획도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각각의 공연장이 갖고 있는 고유한 특성을 내외부적으로 강조할 수 있다. 최근 많은 공연장들이 홍보 영상, 캠페인, 나아가 로고 디자인, 굿즈 등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일 것이다.

아양아트센터가 있는 동구는 천혜의 자연환경인 팔공산, 금호강과 더불어 지역 대표 사찰인 동화사, 고려 태조 왕건과 관련된 각종 유적까지 인문학적 콘텐츠도 풍부해 동구만의 고유한 스토리를 구축하기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

그중 동구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아양기찻길은 78년이란 긴 세월 동안 금호강을 가로지르는 아양철교로 운영되던 역사성과 산업문화유산의 가치를 고려해, 폐철교를 도심 속 시민문화 여가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철길로서의 기능이 상실됐기에 당연히 철거가 예상됐으나 시민들의 마음에 남아있던 각자의 스토리들로 인해 재탄생된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아양기찻길 한쪽에는 '아양기찻길에 추억을 지닌 시민으로부터 온 편지' 전문이 실려 있다. 편지를 읽다 보면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아 뭉클해지곤 한다. 사실 아양기찻길은 나의 부모님의 아름다운 연애시절 이야기가 묻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어릴 적 부모님께서 "동촌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며 장난을 치시곤 하셨는데 그 말이 사실이라 믿었던, 당시 꼬마였던 나는 친부모님을 찾아간다며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지금, 나는 이런 아름다운 추억이 존재하는 동구에서 스토리를 통해 공연을 기획하고 홍보하는 뜻깊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아양기찻길이나 동촌 해맞이 다리를 바라보면서 이런 감정이 드는 것이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저마다 가진 스토리로 인해 이곳을 지나갈 때마다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사람, 엷은 미소가 지어지는 사람 등 여러 감정이 어우러진 장소일 것이다. 이것이 이야기의 힘이 아닐까 싶다.

스토리텔링은 예술에 숨을 불어 넣는 작업이다. 스토리텔링이라는 날개를 단 우리의 예술활동이 관객들의 마음에 닿아 특별한 공간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