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초 복귀" 명령에 훈련병 수백명 계단서 뒤엉켜…부상 속출

입력 2023-04-04 08:00:41 수정 2023-04-04 08:03:46

공군 "유사 사례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공군교육사령부에서 병843기. 대한민국 공군 페이스북 캡처
공군교육사령부에서 병843기. 대한민국 공군 페이스북 캡처

경남 진주시 공군 기본군사훈련단에서 교육을 받던 훈련병들이 무리한 명령을 받고 생활관으로 뛰어가던 중 수백명이 뒤엉키며 부상자가 속출한 사고가 뒤늦게 알려졌다. 당시 명령을 내린 소대장은 훈련병들을 교육하는 업무에서 제외됐다.

4일 공군교육사령부와 공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1일 저녁 공군 845기 3대대 훈련병 약 1천400명은 소연병장에 모여 다음 날 진행될 유격훈련 교육을 받고 있었다.

이때 교육을 맡았던 A소대장은 유격 자세 시범을 보이는 도중에 훈련병들의 군기가 흐트러졌다는 이유로 '10초 안에 생활관으로 헤쳐라'고 명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수백명의 훈련병이 연병장에서 생활관까지 전력 질주를 해야만 했다. 이 거리는 100m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일반인이 힘껏 달려도 10초 안에 복귀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교육대대 4개 중대 가운데 3중대 380여명이 해당 명령을 먼저 따랐고 명령 이행에 실패한 훈련병들은 쪼그려뛰기 등 얼차려를 받았다. 이를 지켜본 1·2·4중대 훈련병들은 얼차려를 피해가 위해 무리하게 달렸고, 이후 좁은 계단에서 한 명이 넘어지자 뒤이어 수백명이 뒤엉키는 사고가 벌어졌다.

이 사고로 훈련병 7명이 치아 마오와 어깨 탈골, 타박상 등 부상을 당했다. 사고 직후 명령을 내린 소대장은 훈련병들이 모인 강당에서 사과를 표했지만, 보직해임과 더불어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이 사건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달 17일 디시인사이드 공군갤러리에 공개됐는데, 누리꾼들의 공분 또한 거세지고 있다.

해당 사건을 접한 누리꾼들은 "이렇게 하니 군대를 안 가려고 하지", "멀쩡한 사람도 군대 가면 다쳐서 나오는데 누가 가려고 하겠느냐" 등 반응을 보였다.

공군은 "845기 훈육 과정에서 훈육관의 안전 부주의로 훈련병들이 부상을 입은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올바른 훈육문화 간담회를 개최해 모든 훈육 요원들에게 교육했다. 향후 훈육 요원들의 안전의식을 더욱 높이고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