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위협' 수위 올리는 북러, 전 세계 긴장 고조

입력 2023-04-03 16:43:36 수정 2023-04-03 17:08:54

'벨라루스 전술핵 배치' 푸틴 계획 구체화 …미국 대응 주목
북 김여정 우크라 젤렌스키 뜬금포 비난 “나라 운명 가지고 도박”

전 세계에 전술핵 사용 가능성을 고조시키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뉴스
전 세계에 전술핵 사용 가능성을 고조시키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뉴스

러시아와 북한 핵위협으로 전 세계에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28일 전술핵탄두 실물을 공개한데 이어 제7차 핵실험도 강행할 태세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이 넘도록 별다른 전과를 올리지 못하자, '핵 위협' 수위를 더 끌어올리고 있다. 더욱이 우크라이나발 핵 위협이 한반도 안보와도 연계되는 양상이어서 얼마나 더 긴장이 끌어올릴 지 귀추가 주목된다.

러시아 노골적인 핵위협 고조 분위기 속에 북한의 백두혈통(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은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난하며, 러시아 편에 섰다. 김여정은 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지난 1일 '무모한 핵 망상은 자멸을 부른다'는 제목으로 담화를 발표하며, '우크라이나처럼 되지 않도록 조심해라'는 대남 메시지까지 담았다. 그는 "'미국의 핵무기 반입이요', '자체 핵개발이요' 하면서 떠들어대고 있는 것은 자기 나라와 국민의 운명을 가지고 도박을 해서라도 어떻게 하나 자기의 잔명을 부지해보려는 매우 위험한 정치적 야욕의 발현"이라고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벨라루스에 전술핵을 배치하기로 양국이 합의했으며, 7월1일까지 핵무기 저장시설을 완공할 것"이라고 러시아 매체를 통해 밝혔다. 2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보리스 그리즐로프 벨라루스 주재 러시아 대사는 언론인터뷰에서 "전술핵무기가 '연합국가'(Union State)의 서부 국경 쪽으로 전진 배치될 것이고, 이것이 우리의 안보력을 높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비난한 북한 백두혈동 김여정. 연합뉴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비난한 북한 백두혈동 김여정. 연합뉴스

옛 소련에서 독립한 벨라루스는 1990년대 말부터 러시아와 연합국가 창설을 추진하며 정치·경제·군사적으로 밀접한 협력관계를 맺어오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 핵무기가 벨라루스 서부 지역에 배치되면 우크라이나와 중동부 유럽의 나토 회원국들이 직접적인 핵위협으로 직면하게 된다.

푸틴의 발언 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전술핵무기를 지목한 점이다. 푸틴은 이미 핵무기 운반 체계인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전술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항공기 10대를 벨라루스에 주둔시켰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해도 러시아가 국제 핵무기 비확산 의무를 위반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미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나토 동맹국들에 핵무기를 배치해왔다"고 덧붙였다.

실제 미국은 현재 나토 회원국인 독일과 벨기에, 이탈리아, 네덜란드, 튀르키예 등에 핵무기를 배치해두고 있다. 실제로 전술핵무기 배치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위반하지 않으면서 핵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방안으로 거론된다. 최근 우리나라 내에서도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 미국의 전술핵무기 재배치 방안이 부상하는 이유다.

미국이 어떻게 대응할 지도 두고볼 일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푸틴 대통령 발언 직후(지난달 26일) 미국 매체에 나와 러시아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면서도 "핵무기를 사용하면 분명히 중대한 선을 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사회는 전술핵무기의 실제로 사용될까봐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핵무기가 실제 전장에서 사용되는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첫 사례인데다, 본격적인 핵 전쟁의 전초전으로 볼 수 있다. 전술핵 사용은 인류 공멸을 앞당길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적대 관계 속 힘의 균형으로라도 억지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