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훈 대구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대구사회연구소 소장)
2020년 대구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2천391만 원으로 서울의 51.7%, 절반이다. 서울 대비 비율은 멀리 올라가면 1985년에는 77.8%였지만 1992년에 67.0%로 70% 선이, 2001년 55.4%로 60% 이하로 추락했다. 2018년에는 53.0% 벽도 허물어졌다. 이런 처참한 불균형은 대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균형발전 정책,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함께 다소 완화됐지만 2016년 이후 다시 악화일로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2차 공공기관 이전 논의에 기대를 걸지만, 그 전에 먼저 해야 할 부분이 있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과 혁신도시조성 및 발전 특별법에 따라 이전 공공기관은 지역 인재를 30% 이상 채용해 오고 있다. 또 이전 공공기관이 이전한 지역에서 생산되는 재화나 서비스가 있는 경우 우선 구매를 촉진하도록 했다. 이렇듯 이전 공공기관이 지역 인적 자본과 실물경제 발전에 기여함과 동시에 지역의 자금 흐름, 즉 지역 금융의 발전에도 함께할 수 있다.
지금 한국은 수도권에 산업이 집중되고 특히 수많은 기업 본사가 서울에 몰려 자금 흐름이 서울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2020년 비수도권 기업 대출이 58.7%, 중소기업 대출은 67.1%를 차지하지만 수신 잔고를 보면 비수도권이 46.2%다. 대구에도 기업 대출은 전국의 5%, 중소기업 대출은 5.7%이지만 수신 잔고는 3.2%에 불과하다. 예금은행망을 통해 서울에서의 예금이 지방으로 환류된다고 볼 수 있지만 그만큼 지방의 경제적 자생력은 떨어진다는 의미이다. 지역을 기반으로 산업에 실핏줄 역할을 하는 지방은행의 생존 기반이 위험해진 것이다.
지방은행은 지역 밀착 경영을 통해 지역 중소기업의 경영 상황을 비교적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조직 규모가 작은 만큼 의사결정에 걸리는 시간과 과정이 짧아 시간을 다투는 비즈니스에 대한 자금 지원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공공기관의 구매, 용역 계약은 투명성을 위해 최저가 입찰 규정을 적용한다. 지방은행은 거치식 자금 예치에 금리 입찰을 해야 하고, 주거래 금융기관 선정에도 재무비율, 금리 등 제반 평가 항목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전 공공기관이 지방은행에 자금을 예치하거나 주거래은행으로 이용한다는 얘기를 듣기 어렵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지역 인재 채용 비율처럼 금융거래도 일정 비율 이상 자금 예치를 지방은행에 하도록 규정할 필요가 있다. 또 재무비율 항목 평가 때 일정 수준 이상이면 합격(Pass or Fail)으로 평가하고 지역사회 기여 실적, 지역 재투자 실적, 지역 주민 이용 편의성 등 제반 평가 항목에 지방은행 우대 방안을 포함하는 방안도 도입돼야 한다.
이는 법률 개정이 아니어도 기존 법률 조항을 근거로 가능하다. 혁신도시특별법은 이전 공공기관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사·물품·용역 등의 계약을 맺을 때 그 지역에 주된 영업소를 둔 자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우대할 수 있도록 했다. 시행령 보완을 통해 가능한 것이다.
외국 사례를 보면 미국에서 1994년 제정한 지역개발은행 및 금융기관법(CDFI)에 따라 일정 수준 자격을 갖춘 금융회사를 지역개발금융기관으로 인증해서 재정적·기술적 지원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참고할 수 있다. 일본에서 예금 수취 기관에 바젤Ⅱ, 바젤Ⅲ 등 자기자본 규제를 적용할 때 외국 영업 거점 보유 여부에 따라 대형 은행에는 국제적 통일 기준을 적용하는 반면, 중소형 예금 수취 기관에는 국내 기준을 적용하는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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