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U-20 월드컵 개최권 박탈…새 개최지는 아르헨티나?

입력 2023-03-31 11:42:12

30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의 U-20 월드컵 개최권 박탈을 애도하는 화환 앞으로 한 남성이 지나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의 U-20 월드컵 개최권 박탈을 애도하는 화환 앞으로 한 남성이 지나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인도네시아가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20세 이하(U-20) 월드컵 개최 자격을 박탈당한 가운데 새 개최국 후보로 '월드컵 우승국' 아르헨티나가 급부상하고 있다.

FIFA는 30일 "인도네시아를 2023 U-20 월드컵 개최국에서 제외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월드컵은 5월 20일부터 6월 11일까지 인도네시아 6개 도시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개막 두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 국제대회 개최국이 바뀌게 된 것은 초유의 일이다.

이는 개최국인 인도네시아가 정치·종교적 이유로 외교적 마찰을 빚어온 데 따른 조치다. 특히 이스라엘과 갈등이 문제가 됐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이스라엘이 본선에 진출하자 이슬람 형제국인 팔레스타인을 박해하는 이스라엘 선수단의 입국을 거부해야 한다는 반이스라엘 여론이 형성됐다.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도 이런 여론에 편승했고, 일부 강성 무슬림들은 이스라엘 선수단이 입국하면 이들을 납치하겠다고 협박해 논란이 커졌다.

이번 유치권 박탈로 인해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은 개최국 자격으로 얻었던 본선 진출이 불투명해졌다.

신 감독은 현지 매체들과 기자회견에서 "개최권을 박탈당했어도 본선 진출권은 유지된다면 정상 훈련에 들어가겠지만 아직은 모르겠다"며 "어린 선수들의 꿈과 희망이 없어져 가슴이 아프다"고 심정을 밝혔다.

FIFA는 빠르게 새 개최지를 물색하고 있다. 현재로선 아르헨티나가 1순위 후보다.

AP통신에 따르면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30일(현지시간) 파라과이의 남미축구연맹(CONMEBOL)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모두 아르헨티나의 축구 열기를 알고 있다. 이 정도 수준의 대회를 충분히 열 수 있는 국가"라며 "아르헨티나의 축구 전통을 생각하면 아주 괜찮은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황이 시급하고 시간이 부족해 긴급한 결정이 필요하다"며 "모든 게 준비돼 있고, 국민들이 FIFA·축구·U-20 월드컵을 사랑하는 게 명백한 개최지로 가야 한다. 남미와 아르헨티나가 그런 곳이라는 걸 안다"고 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아직 정해진 건 없지만 2, 3일 내로 대륙별 연맹끼리 논의해 최종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