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2월세’ 아파트 관리비, 정부·지자체 나서 비리 차단해야

입력 2023-03-28 05:00:00

'제2의 월세'로 불리는 아파트 관리비를 둘러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입주민들은 매달 내는 관리비가 적절한지 의문이 들 때가 있지만, 관리비 명세서를 믿을 수밖에 없다. 입주자회의는 관리비를 검증할 능력이 부족하고, 지방자치단체는 강력한 민원이 제기되지 않으면 개입을 꺼린다.

대구 수성구 한 아파트 입주자회의는 전 관리업체를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입주자회의는 "전 관리업체가 2021년 4월부터 11월까지 직원들의 퇴직충당금과 연차수당, 국민연금 등을 부풀려 청구해 5천만 원 이상의 손해가 발생했다. 이는 부당한 이익이니 입주민에게 반환해야 한다"고 했다. 달서구 한 아파트에서는 관리업체가 파견한 청소 용역 직원들의 연차수당을 과다하게 관리비에 전가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아파트 관리비 분쟁은 전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전남 목포시는 2021년 70개 아파트 단지를 조사해 관리업체가 초과 징수한 인건비 등 약 6억8천만 원을 입주민들에게 돌려주라고 명령했다. 경북 구미시도 지난해 11월부터 162개 아파트 단지를 전수조사하고 있다. 매일신문은 2018년 아파트 관리비 초과 징수 문제를 보도했고, 대구시는 이듬해 지역 47개 단지의 관리업체 운영 실태를 점검하기도 했다.

관리비 비리는 허술한 관리·감독에서 나온다. ▷관리비 과다 부과 ▷특정 업체에 공사 몰아주기 ▷관리비 횡령 등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입주자회의가 비리를 예방하고, 관리비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비리를 알아차렸다고 해도, 법적으로 해결하는 데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아파트 관리비는 체감도 높은 민생 영역이다. 지자체는 관리비 실태를 정기 조사해야 한다. 결과에 따라 과태료 부과와 수사 의뢰 등 강력한 행정 조치도 해야 한다. 다행히 지난 7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합동점검을 통해 불필요한 관리비 상승을 초래하는 관리비 비리를 차단하겠다"고 했다. 관리비 비리가 근절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