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7일~4월 2일] 이번주 대구 전시 모아보기

입력 2023-03-27 17:23:55 수정 2023-03-29 10:13:02

바쁘게 흘러가는 삶 속, 예술작품 감상은 잠깐의 여유를 준다. 이번주 전시가 진행되는 지역 갤러리나 미술관을 찾아 다양한 작품을 감상하고 내면의 나에게 귀 기울이는 시간을 가져보자.

이은재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을갤러리 전시장 전경. 을갤러리 제공
이은재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을갤러리 전시장 전경. 을갤러리 제공

◆을갤러리 '이은재 개인전'(3월 14일~4월 8일)

을갤러리(대구 남구 이천로 134)가 올해 첫 전시로 선보이는 이은재 작가의 개인전 'Floating'에서는 부유하는 것처럼 유동적인 오브제들을 감상할 수 있다.

작가는 수많은 요소들의 조합과 해체의 반복으로 이뤄지는 변화의 과정에 매개자로 참여해, 오브제와 주변의 조건을 관찰하고 반응하는 형식으로 작업한다. 그는 우리 주변의 오브제를 수집하고 다시 조합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보는 것들 사이에 숨겨진 보이지 않는 질서를 찾아간다.

을갤러리 관계자는 "각 오브제들은 관계에 의해 실체가 잠시 선명해졌다가 사라지기도 한다"며 "작가의 작품세계를 관람하며 과연 내가 무심코 스쳐간 일상과 그 주위에 숨겨진 의미를 사유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승훈, Bella Anima, Oil on Canvas, 116.8x80.3cm, 2011.
한승훈, Bella Anima, Oil on Canvas, 116.8x80.3cm, 2011.

◆어울아트센터 '한승훈 개인전'(3월 27일~4월 22일)

갤러리 명봉에서 열리는 청년작가 한승훈의 개인전 'Dear Portrait'는 어울아트센터의 '2023 EAC 작가 지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열리는 전시다. EAC 작가 지원 프로젝트는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다양한 연령대 작가의 창작을 지원하고 그들의 작품세계를 통해 현대 시각예술의 경향을 폭넓게 살펴보고자 기획됐다.

한승훈 작가는 개인의 삶보다 사회의 기준에 도달하고자 끊임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인형'이라는 매개체로 표현한다. 성공을 중요시하는 사회 속에서 주체성을 상실하고, 무력감과 공허함으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텅 빈 표정과 시선으로 극대화했다.

작품 제목에서도 작가의 숨은 의도가 드러난다. 작품 속의 존재들은 이름이 없다. 이름 대신 지어진 'Time to Blossom', 'Piece of Mind'와 같은 제목은 작가의 작업 전반에서 감정과 무드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보여준다.

어울아트센터 관계자는 "읽기 힘든 표정으로 서 있는 인물들은 스스로의 감정을 돌보지 않고 솔직하지 못한 현대인들에게 내면을 되돌아보고 감정을 꺼내 읽어보게 만든다"며 "전시를 통해 오늘은 허무와 외로움의 필터를, 내일은 작은 기쁨과 희망의 필터를, 작가의 작품을 마주하며 나만의 감정이 덧대어진 페르소나를 그려보고 어디로든 새로운 세계로 떠나보는 경험을 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 기간 중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누구나 무료로 관람 가능하며 휴관일은 매주 일요일 및 공휴일이다. 053-320-5137.

홍순백, 생명.
홍순백, 생명.

◆주노아트갤러리 '홍순백 초대전'(3월 29일~4월 14일)

아트도서관(대구 달성군 가창면 우록길 131) 내에 위치한 주노아트갤러리에서 홍순백 작가의 초대전 '생명'이 열린다.

작가는 365일 중 340일 이상을 자정에 일어나, 새벽 2시에 작업실에 도착해서 하루 일을 시작한다. 추워도, 더워도 작업실 도착 시간은 일정하다. 작업실에 도착하면 새벽하늘의 별과 함께 잠시 명상을 한 후 무념에 이를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잠에서 깨어나는 것처럼 "이제 그림을 그려라"라고 하면 영혼의 움직임처럼 작업을 한다.

채정균 미술비평가(미술학 박사)는 "작가의 화면은 이글거리는 용암이 흐르고 그 위로 수많은 별이 탄생을 향해 생물처럼 돌진한다. 작업은 단순하지만 간절한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며 "한때 유행했던 추상표현주의의 기법을 취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기존 형식에서 볼 수 없는 자율성과 독특함이 존재한다. 작가의 무의식적 행위는 사라진 아늑한 과거의 잔상을 기억해내는 인출 단서로 사용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비언어적인 형상들을 끊임없이 반복 재생하고 있지만, 작가는 결코 그것을 신비화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탈권위와 그만의 순수한 동심이 한데 어우러져 독특한 풍경을 자유롭게 연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