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몰린 공연만 62%·지방은 3%… 정부 "문화예술 여건 열악 지역에 인프라 확충"

입력 2023-03-23 15:38:06

한덕수 총리 "균형있는 문화향수 기회 누릴 수 있어야… 관련 대책들 추진"
수도권·지방 문화 격차 여전… 서울 공연건수만 47%

한덕수 국무총리가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 간 문화 격차를 줄이기 위해 지역별 특화 문화클러스터를 조성하고, 국립문화시설을 비수도권으로 이전하거나 새로 만든다.

국립예술단체와 박물관의 지역 순회공연과 전시도 확대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수도권에 비해 문화예술 여건이 열악한 지역에 공연장 등 인프라를 확충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 총리는 "지방에서도 균형있는 문화향수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관련 대책들을 추진할 것"이라며 "지역 고유의 문화콘텐츠도 지원해 특색있는 지역 문화들이 육성되고 확산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토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지역 간 삶의 질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의 연간 공연건수는 전국의 62%로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공연건수만 전국의 47%를 차지했다.

반면 비수도권에서는 부산·울산·경남권의 경우만 전체 공연 건수의 6%를 차지했고, 대구경북권(3%)을 비롯해 나머지 지역은 2% 이하에 불과했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의 '2022년 전국 문화기반시설 총람'에 따르면 수도권의 문화시설 수가 나머지 비수도권 시·도의 2.5배를 상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체부가 이날 보고한 '지방시대 지역문화정책 추진 전략'에 따르면 정부는 법정 인구가 감소하는 89개 지역 중 85개가 비수도권에 위치하는 등 지방 소멸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문화·여가 활동 기반을 마련해 지방 도시가 활력을 되찾도록 유도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정부는 권역별 지역 특화 문화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영남권의 경우 옛 경북도청 부지 활용 문화예술 거점 조성 추진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현재 관련 부지 활용 방안 연구용역이 진행 중에 있다.

문화시설의 수도권 편중도 완화한다.

국립민속박물관의 세종시 이전을 내년부터 본격 추진하고 이외에도 국립 문화기반시설 5개를 지방으로 옮기거나 비수도권에 새로 건립한다.

국립충주박물관, 국립진주박물관, 국가문헌보존관(평창), 국립현대미술관(대전), 국립디자인박물관(세종)이 2026∼2027년 완공돼 비수도권의 문화 거점이 될 전망이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1명 이상의 학예사를 고용해야 하지만 인구감소지역은 2개 이상의 박물관·미술관이 학예사를 공동으로 두는 것도 인정하는 등 문화시설 규제도 완화한다.

수도권에 가지 않아도 고품격 문화예술 공연과 전시 즐길 수 있도록 국립예술단체와 박물관의 지역 순회공연·전시를 늘린다.

올해 국립오페라단·발레단·합창단 등은 작년보다 20개 지역 늘어난 101개 지역에서 순회공연을 한다.

'이건희 컬렉션 지역순회전'처럼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을 전국 각지에서 볼 수 있는 기회도 확대한다.

비수도권 거주민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일상 속 문화 시설도 확충한다.

주거지에서 15분 정도면 갈 수 있는 지역에 서점, 갤러리, 카페, 미술관, 도서관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이른바 문화 '슬세권'(슬리퍼+역세권, 슬리퍼를 신고 갈 수 있는 가까운 권역)을 전국 각지에 조성한다.

일부는 옛 보건소 건물과 같은 유휴 공공시설이나 빈집, 버스정류장 등을 개조해서 마련한다.

문체부는 작년에 전국 18개 문화도시에 3천407곳의 동네 문화 공간이 생긴 것으로 집계했으며 2027년까지 문화 슬세권 약 1만개를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지역 청년들이 고향에서 문화·예술 교육을 받고 관련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생애주기별 맞춤 교육과 일자리 창출·매칭을 추진한다.

초등학생들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배울 수 있도록 각 지역 수업용 교육자료 제작을 시범적으로 지원하며 향후에는 정식 인정 절차를 거친 '지역교과서'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