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한' 감성 찾아 레코드판에 푹 빠진 MZ세대
지난해 LP판매량 전년 대비 13.8% 증가
뉴트로 열풍에 음악 소유하려는 특징
'단순 개봉, 미사용입니다. 가격은 180만원'
얼마 전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에 올라온 2014년 발매된 인기가수 아이유의 <꽃갈피> 앨범 한정판 LP(Long Playing Record) 소개 글이 올라왔다. 발매 당시 출시가가 3만원이었던 이 앨범은 9년 만에 가격이 60배 뛰었다.
다른 판매처도 상황은 마찬가지. 온라인에 등록된 '아이유 꽃갈피 LP' 총 9개의 판매처에서 LP를 최소 150만원에서 최대 400만원으로 가격을 책정해뒀다. 최근 LP 열풍이 불면서 희귀 LP판을 구입하려는 젊은층이 늘자 가격이 천정부지로 뛴 것이다.
2003년 온라인 음원 다운로드 활성화로 사라져갔던 LP(레코드판) 붐이 다시 불고 있다. 특히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MZ세대 사이에서 아날로그 열풍이 불면서 LP 인기 고공행진을 이끌고 있다.
14일 예스24의 음반 판매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LP판매량은 전년 대비 13.8% 늘면서 지난 3년 연속 LP판매량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국내외에서 발매된 LP 수는 2천638종으로 2021년 2천721종보다 줄었는데도 판매량은 늘어난 셈이다.
LP열풍은 레트로에 빠진 MZ세대가 견인했다. 예스24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LP 구매자 중 2030 비율은 36.3%, 40대 비율은 35%으로 나타났다.
MZ세대는 LP는 하나의 '힙한(힙스터스러운)' 유행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1990년대 후 CD와 MP3가 확산되던 시기를 살던 이들에겐 LP가 다소 생소할 법도 하지만 '뉴트로(New+Retro)' 열풍이 이들을 자극한 셈이다. 이들은 단순 음악을 듣는 것을 넘어 레코드 판으로 음악을 '소유'하며 인테리용으로도 활용는 등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LP를 수집하는 이모(30) 씨는 "전축과 LP로 집을 꾸미면 소위 느낌 있어 보인다"며 "LP가 음질은 다소 떨어지지만 디지털화되지 않은 아날로그 음악 매력이 크다. LP를 가지고 있다면 옛 노래를 그 시대의 감성으로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MZ가 LP를 부르는 용어에서도 이 세대의 감성이 엿보인다. MZ세대가 LP를 부르는 명칭은 '바이닐(Vinyl)'. 바이닐은 LP의 주재료인 PVC(염화비닐)인데 특유의 '힙한' 느낌이 바이닐이라는 용어에 묻어난다는 것이다.
'MZ의 LP붐'은 한국을 넘어 미국에서도 일면서 LP붐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 음악데이터 집계회사 루미네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LP 판매량은 4천350만장으로 CD를 앞질렀다. 미국 유명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 신작 레코드판은 3개월 만에 100만장이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
이창원 인디053 대표는 "트렌드세터들이 다름을 계속 추구한다. 아날로그 감성과 맞물리면서 음악을 소유하는 독특한 문화가 생긴 것이다. 소장가치가 생긴 것"이라며 "공유의 시대에서 문화를 소유한다는 즉, 다르게 살고 싶은 욕구를 건들였다. 클릭 한 번에 모든 음악을 듣는 행위를 넘어 판을 꺼내 턴테이블에까지 옮기는 절차를 즐기는 취향이 녹아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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