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 TV수신료 분리징수가 아니라 ‘폐지’가 답이다  

입력 2023-03-13 20:20:58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대통령실이 '국민제안'을 통해 TV 수신료 징수 방식 개선에 대한 국민 여론 수렴에 나선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스럽다. 대통령실 홈페이지에 실시간 반영되고 있는 여론은 전기요금에 통합 징수하는 현재 방식을 개선하라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우리의 TV 수신료는 방송법 제64조에 따라 '텔레비전 수상기를 소지한 사람'에게 일률적으로 월 2천500원씩 강제 징수하고 있으며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함께 부과하는 방식은 1994년 도입해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공공성과 정치적 중립을 최고의 가치로 방송해 온 영국의 공영방송 BBC가 2028년부터 수신료를 받지 않기로 했고, 프랑스도 지난해 TV 수신료 폐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일본 NHK는 수신료의 10%를 인하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동안 공영방송의 방만 경영과 정치적 편파 방송 논란이 일 때마다 수신료 납부 거부운동이 벌어지거나 수신료 분리 징수를 요구하는 헌법소원까지 제기된 바 있다. 특히 전기요금과 함께 부과되는 수신료 통합 징수 방식은 조세법률주의와 평등주의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강하게 받고 있다. 무엇보다 대부분 IPTV에 가입해 방송을 시청하거나 '넷플릭스'나 '디즈니' 등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별도 요금을 내고 영화나 방송 프로그램을 구매하거나 시청하는, 달라진 방송 환경은 공영방송의 TV 수신료 징수 이유를 단숨에 무너뜨렸다.

공영방송이 TV 수신료가 아닌 정부 지원과 광고 수입 등에 의존할 경우 공영방송의 생명인 공정성과 중립성을 실현하기 어렵다고 주장해 온 KBS의 주장은 특정 정파에 치우친 보도로 일관하면서 편향 방송 논란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차제에 공영방송에 대한 개혁에 나선다면 공영방송의 탈을 쓴 MBC 소유 구조에 대한 전향적인 개선 방안에도 착수할 필요가 있다. 방송문화진흥회가 70%의 주식을 갖고 있지만 수익은 광고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전형적인 상업방송이 MBC다. 국민이 아닌 노조가 실질적인 주인 행세를 하는 방송을 공영방송이라고 우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OTT와 종편이 방송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TV 수신료를 받는 공영방송의 시대는 그 시효가 지난 것 같다. 국영방송이나 공영방송은 선전선동을 주목적으로 하는 중국이나 북한 같은 사회주의 체제에서나 존재하는 시대가 됐다. 태풍이나 재난 등에 대비하는 국가재난방송은 공영방송 채널이 없더라도 실시간 뉴스 채널 등 다른 매체가 충분히 대신할 수 있다.

공영방송의 방만한 운영도 수신료 폐지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KBS 전 직원 평균 연봉이 8천만 원을 넘고, 60% 이상이 연봉 1억 원 이상을 받는 데다 그중 73.8%인 2천53명은 '무보직'이라는 충격적인 감사보고서를 2021년 감사원이 내놓은 바 있다. 그럼에도 KBS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획기적인 자구책을 마련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대신 KBS는 이사회를 통해 현행 2천500원에서 3천840원으로 53.6% 인상시키는 수신료 조정안을 의결하며 역주행했다.

TV 수신료 문제는 공영방송의 존폐와 직결돼 있다. BBC의 사례를 따라 우선 TV 수신료를 분리 징수하면서 뼈를 깎는 자구책을 내놓도록 하고 공영방송의 존폐와 역할에 대한 공론을 모아가야 한다. 수신료 분리 징수는 공영방송 개혁의 첫 단추가 될 것이다. TV 수신료는 폐지하는 것이 정답이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diderot@m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