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후폭풍, 전 세계 촉각 “2008 리먼 사태와 달라”

입력 2023-03-13 15:38:20 수정 2023-03-14 16:16:51

뉴욕 시그니처 은행까지 폐쇄, 미 당국 “총력 수습”
SVB 고객 예금 전액 보증, 13일부터 거래 가능
대한민국 스타트업 기업 “심리적 위축, 투자 기피”

글로벌 금융 불안 확산,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SVB 독일지사. 연합뉴스
글로벌 금융 불안 확산,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SVB 독일지사. 연합뉴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의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미국 금융 중심지 뉴욕주에 있는 시그니처 은행까지 폐쇄됐다. 전 세계에 SVB발 금융위기 우려 속에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까지 소환되고 있지만 큰 혼란없이 조속히 수습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SVB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문을 닫은 저축은행 워싱턴뮤추얼 이후 미국 역대 2번째로 큰 규모의 은행 파산이라는 점에서 세계 경제에 미칠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미국을 중심으로 각국이 공조해야 한다.

◆"15년 전 악몽과는 여러 모로 달라"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는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부실이 도화선이 됐고, SVB는 급격한 금리인상의 충격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가 고객의 대규모 예금 인출로 이어지며 파산에 이르렀다.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언론들은 은 미국 16위 은행인 SVB 파산이 리먼 브라더스(세계 4대 투자은행 중 하나)발 글로벌 금융위기의 악몽을 떠올리면서도, 그 때와는 다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시스템 환경과 미 당국의 대처 등에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15년 전처럼 위기가 전방위적으로 확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SVB는 투자전략의 실패로 파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고객들의 예금을 미 국채와 주택저당증권 등에 투자했는데, 금리인상으로 채권 가격은 급락했다. 설상가상으로 갑자기 늘어난 고객의 예금인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보유 자산을 매각하면서 큰 손실을 입었다. 미 플로리다대 재무 전문가인 R.리터 교수는 WP에 "SVB를 둘러싼 우려는 서브프라임모기지, 갚을 능력 이상으로 지출한 사람들의 탐욕으로 초래된 2008년의 상황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다"며 "SVB의 근본 문제는 급격한 금리인상"이라고 지적했다.

◆미 대통령까지 나서 총력 진화 "고객 예금 전액 보증"

미국 당국은 대통령까지 나서 SVB 사태 총력 진화에 나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실리콘밸리은행(SVB)에서 촉발된 금융권 위기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연설에 나선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12일 성명에서 "은행권의 회복탄력성을 어떻게 유지해 우리의 역사적인 경제 회복을 지켜낼지에 대해 내일 아침(13일) 연설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이날 이번 사태와 관련해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 SVB에 고객이 맡긴 돈을 보험 대상·한도와 상관없이 전액 보증하기로 했다. SVB 사태가 금융시스템 전체의 위기로 확산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적극 개입한 것으로, 이번 조치는 아시아 금융시장 개장을 앞두고 나왔다. 이에 따라 SVB 모든 예금주들은 13일부터 예금 전액에 접근할 수 있으며, SVB의 손실로 인한 피해는 최소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벤처·스타트업 업계 "심리적 위축"

대한민국 벤처·스타트업 업계도 미국 SVB발 사태로 인한 심리적 위축으로 인한 투자 감소를 걱정하고 있다. 더불어 향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커질 수밖에 없어, 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벤처·스타트업에 특화된 은행이 파산해 버리면서 가뜩이나 투자 시장이 어려운데 심리적 위축이 올 것 같다"며 "국내 시장도 추이를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도 "한국은 직접적 영향은 크진 않을 수 있지만 들어온 돈이 글로벌화가 많이 돼 있어서, 미국 현지 VC(벤처캐피털)들에서 투자를 받는 스타트업이나 미국에 진출해 있는 스타트업들은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SVB 파산에 따른 동향이나 진행 상황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국내 벤처업계에 커다란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측하지만 혹시나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살펴보고 있다" 고 말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벤처투자 규모가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高) 복합위기로 10% 넘게 줄어든 상황에서 스타트업에 특화된 SVB가 파산한 것이어서 벤처투자 시장이 심리적으로 더 위축될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해 3분기와 4분기에는 38.6%, 43.9% 각각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