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타치·국토부 어느 하나도 설득하기 불가능… "추가 논의 무의미"
도심 미관 훼손 우려… "교각 상판 측벽만이라도 투명한 소재 적용 검토"
"엑스코역은 현 수정안이 최선", 노선명도 도시철도 4호선으로 고쳐부르기로
차량기지 위치는 재검토, 5월 중 최종안 도출해 승인절차 밟기로
대구시와 대구교통공사가 주민공청회 및 설명회 여론을 수렴한 도시철도 4호선(엑스코선) 기본계획 변경안을 내놨다. 차량형식과 역사 위치 등을 면밀히 검토해 '엑스코역', '경대북문역' 위치 조정 요구는 일부 받아들였다.
문제는 차량 방식 변경(모노레일→철제차륜 AGT)을 고수했다는 점이다. 공청회 및 설명회 과정에서 불거진 모노레일 재추진 도입 여론에 대해 '수용 불가능'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결국 초기 사업비 증가에 따른 부담과 대형 고가구조물에 따른 일조권 침해, 도심경관 저해 등의 문제는 그대로 남게 됐다.
◆"히타치, 국토부 누구도 설득 못해"…'모노레일 불가'
대구시는 작은 사업규모에 따른 경제성 문제, 안전성 검증 과정(차량 형식 승인)에서의 기술유출 가능성 등을 우려하는 히타치의 사업 불참 의사가 확고해 설득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했다.
2021년부터 1년 넘게 히타치와 접촉하며 사업 참여를 설득했으나 회사는 요지부동이었다. 이 과정에서 대구시는 형식승인에 드는 비용을 차량 가격에 전가하는 것까지 염두에 두고 "견적만이라도 내달라"는 요청까지 했으나 히타치는 이마저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이상의 설득 시도가 무의미하다는 결론을 내린 이유다.
대구시는 일각에서 얘기하는 국토부의 고시 개정을 유도해 '차량 형식 승인' 면제를 이끌어내는 방안 역시 고시 개정만으로 단순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밝혔다.
대구시 관계자는 "형식승인 절차는 철도차량 안전 강화를 목적으로 만들었는데 이를 면제하는 건 법 개정 취지에 맞지 않다는 게 국토부의 입장"이라며 "특정 회사를 염두에 두고 규제 완화를 논의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고, 추후 비슷한 상황이 생겼을 때를 고려하더라도 예외를 만들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대구시 해명에도 AGT 특유의 대형 고가구조물에 따른 우려는 여전하다. 시민 수용성 측면에서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상대적으로 차로폭이 좁은 곳을 위주로 민원이 폭발할 수밖에 없다. 특히 공고네거리역 인근 아양로·대현로 2㎞ 구간은 인도를 포함한 도로폭이 25m에 불과하다. 고가구조물이 들어서면서 가로수를 없애거나 옮겨야 할 정도로 협소하다.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은 고가구조물이 도심에 들어오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는 여론도 있다. 시민들은 "노선을 한번 만들면 자손 대대로 사용하는데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예산절감, 소음, 경관, 차량기지 등 여러 문제가 걱정"이라고 했다.
대구시 역시 AGT도입에 따른 도심 경관문제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충분히 이해하지만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대구교통공사 관계자는 "일조 및 경관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교각 상판 측벽 부분만이라도 빛이 투과할 수 있는 투명한 소재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미완에 그친 엑스코역 위치 조정
공청회 및 설명회 과정에서 가장 뜨거운 논란을 불렀던 엑스코역 위치 조정도 미완에 그쳤다. 대구시는 초안 공개 당시 500m에서 300m까지 엑스코역~엑스코 직선거리를 단축하는 안을 제시했다. 엑스코와 주변 유통단지 상인들이 요구했던 엑스코 동관·서관 사이 역사 건설은 현실적으로 실현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사업비 262억원이 더 들 것으로 보여 엑스코선 사업 추진 자체를 불투명하게 만들 수 있는 점이 결정적이었다.
아울러 철제차륜 AGT가 요구하는 최소 곡선반경 100m를 확보하기 어렵고, 이곳까지 진입하는 과정에서 2번 크게 꺾이는 구간이 생겨 차량 주행 편의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점, 대형행사 종료시 엑스코 일대에 인파가 집중되면서 안전사고 우려가 커지는 점 등도 해당안을 채택할 수 없는 이유로 꼽혔다.
대구시는 이번 노선의 명칭도 엑스코선에서 4호선으로 고친다고 밝혔다. 기존 명칭이 사업추진 과정에서 임시로 붙여진데다 대구도시철도 1~3호선이 건설순서에 따라 이름 붙여진 만큼 이번에도 이를 따르겠다는 것이다.
◆역사 신설에 시비 투입 가능성
불로동 일대 주민들의 반발을 불렀던 차량기지 위치는 폭넓게 대안을 찾아보기로 했다. 불로동 주민들은 K-2 공군기지로 소음 및 재산상 피해를 입어 왔는데 비선호 시설인 4호선 차량기지까지 불로동에 두는 것은 잘못이라며 목소리를 높여왔다.
엑스코역은 세부위치를 조정하는 선에서 그쳤지만, 경대교역 신설로 사업비가 100억원쯤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대구시는 역사 신설에 시비를 투입하는 방안까지 열어놓고 있다.
경대교역 역사 신설에는 추가적으로 약 100억원 정도의 추가비용이 들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9.75%에 달하는 예타 통과 당시 대비 사업비 증가율이 10%를 넘길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사업타당성 재조사를 받아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다만 이번 변경안에서 차량기지 위치를 재검토하기로 하면서 차량기지 이전 방안에 따라 전체 사업비가 늘어나거나 줄어들 수 있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대구시는 최악의 경우에는 실시설계 단계에서 시비를 투입해 돌파구를 찾기로 했다. 앞서 대구산업선 성서산단호림역과 서재세천역 신설 과정에서 해당 비용을 대구시비 부담으로 해결했던 전례가 있다.
대구시는 오는 5월쯤 4호선 기본계획 최종안을 도출하고 시의회 의견 청취 및 기본계획 승인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등 중앙부처와 총사업비 협의를 마무리하면 올 하반기쯤 기본계획, 승인 고시 및 설계용역 발주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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