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헤라자드 사서의 별별책] <60> 리어왕

입력 2023-03-09 10:53:14 수정 2023-03-11 07:35:41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민음사 펴냄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최종철 옮김/민음사 펴냄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최종철 옮김/민음사 펴냄

리어 왕을 처음 읽었을 때에는 고전소설의 권선징악의 단순 프레임을 벗어난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읽어보니 결국 결말은 권선징악에 가깝게 돼 있었다는 느낌이 든다. 다만, 갈등에서 살짝 비껴 있었던 제 3자가 모든 상황을 정리하고 결말을 짓는 모습은 오롯이 단순한 권선징악적 결말은 아님을 보여 준다.

이 작품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을 포함한 5대 비극과 비교해 생각해봤다.

첫 번째 햄릿과의 비교, 햄릿은 연극 속의 또하나의 연극을 통해 새로운 차원을 보여주는 작품이었고 리어 왕은 연극 속의 연극은 없지만 광대를 중요한 역할로 등장시켜 햄릿과는 다른 차원에서의 새로운 세계를 작품 안에서 창조해 보여준다.

두 번째, 오셀로에서는 악인의 용의주도한 사기극을 보여주는데 리어 왕에서는 더 많은 악인들이 다원적인 사기극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오셀로에서는 주인공이 무어인이라는 태생적인 약점을, 리어 왕에서는 악인 중 1명, 에드먼드가 서자라는 태생적인 약점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한다. 아무리 평등 사회를 지향하는 현실 사회이지만 은연 중에 보이는 차별 등을 살아가면서 충분히 삶 속에서 접했을 부분이라 생각된다.

세 번째, 맥베스에서는 욕심 가득한 주인공이 이야기를 끌고 나가지만 결국은 운명에 체념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리어 왕에서도 포로로 잡힌 리어 왕이 운명에 굴하여 체념하는 장면이 이야기의 복선으로 다가오는 부분이 있다. 슬픈 운명을 알면서도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리어 왕과 세 딸의 모습이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 .

개인적으로 이런 부분 때문에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개별로 보는 것보다는 여러 작품을 읽어보며 한 맥락을 발견해 나가는 것도 하나의 재미라고 할 수 있겠다. 단순한 작품 감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우리 삶 주변 질서를 지배하고 있는 일종의 가치관 등을 살펴보면서 셰익스피어가 진정 말하고자 했던 바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결국 살아남아 왕국을 물려받은 알바니 공작은 악인의 남편이기도 하였고, 코딜리어의 나라였지만 프랑스에 대해서는 침략이라는 행위에 대해 강한 적개심을 보일 정도로 냉정함도 갖추고 있었다.결국은 중립적인 위치에서 홀로 살아남는 현명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 현명함이 가치 판단과 사실 판단 사이에서 줄타기 하며 약간은 이기적으로 살아남기 위한 모습으로 보인다는 느낌도 사실 지울 수는 없다.

이런 부분에서 권선징악적인 요소가 희석된 작품이 아닐까 잠시 생각하게 됐다. 셰익스피어는 이 작품을 독자들이 보면서 리어 왕과 그 세 딸들의 비극에 집중할 것인지, 최후의 승자인 알바니 공작의 이야기에 집중할 것인지는 과제로 남겼다는 느낌을 준다.

김남동 경상북도교육청정보센터 사서
김남동 경상북도교육청정보센터 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