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만 보는 곳? 도서관의 진화!…숲속 탐방·과학 강의 등 각양각색

입력 2023-03-10 11:35:30 수정 2023-03-12 17:35:52

지역별 인구 특성 따라 도서관 콘셉트 잡기도
지역 부모 육아 코칭·가족 친화 도모 강의 개발도
공교육에서 제공않는 교육 발굴 노력, 트렌드 반영도

대구 수성구립 고산도서관은 지난달부터 특성화프로그램인
대구 수성구립 고산도서관은 지난달부터 특성화프로그램인 '수성 IN 싸이언스' 과학강연을 시작했다. 고산도서관 제공

#1 대구 북구 구수산 도서관은 최근 코로나19 완화에 따라 파격적인 야외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그동안 도서관 내에서 진행하던 프로그램을 야외에서 진행해보자는 취지로 5월에 도시철도 3호선을 빌려 열차 안에 인문학 강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름하여 '하늘길 인문학 열차'다.

#2 수성구 고산 도서관은 지난달 과학 특성화프로그램인 '수성 IN 싸이언스' 강연을 시작했다. 지난해 누리호 발사 성공을 계기로 우주과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올해 '우주' 관련 특강을 집중적으로 편성했다. 유명 유튜브 '안 될 과학' 채널의 운영자를 비롯해 한국과학우주청소년단, 국립과천과학관 관장 등의 초청 강연이 진행 중인데, 수성구민 뿐 아니라 다른 구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 도서관의 진화가 놀랍다. 책 대여나 독서 공간에서 탈피해 인문학에서부터 육아프로그램까지 지역별 특성에 맞는 다채로운 정보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 같은 진화는 갈수록 심화되는 인구 감소에 따른 공동체 형성의 중요성이 떠오르면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공동체 형성의 위기 속에 지역 도서관들이 사람을 모으는 사랑방 역할을 해야 하고 하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태전도서관은 예비 부모뿐만 아니라 양육에 어려움을 겪는 대구 북구 부모들을 위해 3월 15일부터 10월 11일까지 매월
태전도서관은 예비 부모뿐만 아니라 양육에 어려움을 겪는 대구 북구 부모들을 위해 3월 15일부터 10월 11일까지 매월 '2023 육아상담소, 아이와 부모의 행복 찾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태전도서관 제공

◆육아 코칭 등 맞춤 프로그램까지

도서관들은 지역별 인구 특성에 따라 애초부터 도서관 콘셉트를 명확히 잡고 있다. 수성문화재단 소속 범어‧고산‧용학 구립 도서관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교육열이 높은 범어동의 특징을 고려해 범어도서관은 인문학 중점으로, 학생 거주가 많은 신매동에 있는 고산도서관은 과학 중점으로, 지역 문화정체성 정립을 위해 용학도서관은 지역학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지역 부모들의 육아를 돕거나 가족 친화 도모를 위한 역할도 하고 있다. 북구 태전도서관은 올해 예비부모와 양육에 어려움을 겪는 부모를 위해 육아상담소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지난 1일에는 3.1절을 맞아 '아빠와 함께하는 독립유적 답사기' 등 가족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공교육 체제에서 하지 않는 교육 프로그램이나 최근 코딩과 자율주행로봇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 발굴에도 집중하고 있다. 코로나19 완화에 따라 도서관 밖 숲속 탐방, 가족과 함께 별보기 등 체험 강좌도 넘쳐나고 있다.

고산도서관 관계자는 "평소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이 접하기 어려운 체험 위주의 교육을 제공하려고 힘쓰고 있다보니 강사진 섭외도 공을 많이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구수산·대현·태전도서관에서 문화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행복북구문화재단 제공
구수산·대현·태전도서관에서 문화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행복북구문화재단 제공

◆전문화 요구되는 사서

사서의 역할도 한층 다채로워졌다. 책을 관리하는 역할은 옛말이 됐다. 이용자와 상호소통에 나서거나 책을 소개하는 길라잡이가 되기도 한다. 구수산도서관에서는 사서가 책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 '사서의 서평'을 운여하고 있다.

사서의 전문성도 갈수록 중요해진다. 충분한 사전 지식 없이는 이용자들의 니즈를 고려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코딩이나 4차산업혁명 등 기술 진화가 빠르게 이뤄지면서 이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 열공에 나서고 있는 추세다.

이은희 구미도서관 과장은 "4차 산업혁명 뿐만 아니라 또다른 융복합사회를 살아갈 학생들의 미래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하는 사서들이 많다"며 "1년에 수차례 역량 강화 교육을 받는 등 새로운 트렌드를 받아들이는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