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로또 조작설(說)

입력 2023-03-07 19:59:05

최경철 논설위원
최경철 논설위원

로또(온라인 복권) 조작설이 최근 불거졌다. 지난 4일 추첨된 1057회 로또 2등 당첨(당첨 번호 5개+보너스 번호 일치)이 전국에서 664건이나 무더기로 나오면서다. 2등 당첨 금액은 각 690만 원에 머물렀다. 2등 당첨 664장 중 103장이 서울 동대문구 왕산로 복권 판매점에서 나온 사실도 함께 확인되면서 이런저런 말은 더욱 많아졌고, 결국 조작설로 확산됐다.

2등 당첨 확률이 136만분의 1밖에 안 된다는 점, 지난해에는 회차별 평균 75.7명의 2등 당첨자가 나왔던 점을 고려할 때 한꺼번에 664장이 나온 2등 당첨 사례는 기이한 일이라는 목소리가 커졌다. 복권 구매자들 사이에서는 '조작이나 번호 유출이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조작설이 강하게 제기됐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2022년 6월 11일, 1019회 로또 1등 당첨자가 역대 가장 많은 50명이 나온 것을 두고서도 조작 의혹이 일었다. 1등 당첨 게임이 50건 나온 것은 2002년 12월 로또 발행 시작 이후 가장 많은 수치였다. 1등이 다수 나오자 1게임당 1등 당첨금은 4억3천856만5천 원에 머물렀다. 직전 회차인 1018회 당첨자가 2명 나와 당첨금이 각각 123억6천174만5천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극명한 차이가 발생했다.

지난해는 물론, 올해도 조작설이 나오자 복권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펄쩍 뛰었다. 지난 6일 보도 설명 자료를 내고 경찰관 입회에다 일반 참관인까지 두면서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로또 추첨은 조작이 결코 시도될 수 없는 구조여서 조작을 통한 당첨은 불가능하다고 반박한 것이다. 무작위 확률 게임인 로또에서 당첨자 수가 많아지는 현상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으며 2016년 영국에서는 복권 1등에 4천82명이 당첨된 사례도 있다고 기재부는 소개했다.

로또 조작설은 2009년 9월 "조작 사례도 없고, 가능성도 없다"는 감사원의 발표로 일단락된 바 있다. 그런데도 조작설이라는 음모론이 자꾸만 나오는 것은 '불신 사회'와 관련이 깊다. 정상적 형사 사법 체계도 부정하는 더불어민주당의 행태 등을 볼 때 우리 사회가 단기간에 신뢰 부재 현상을 제거하기는 어렵다. 로또 조작설이 또다시 제기되고, 기재부가 그 해명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돌림노래 부르기는 언제쯤 끝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