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광구, 더 시끄럽게 만들어야"…홍사훈 KBS기자 인터뷰

입력 2023-03-05 17:33:47 수정 2023-03-05 21:15:10

14년 전 7광구 취재…한일 협정 연장이 최선의 전략
"中 들어오면 화약고" 日 설득…미국 끌어들이는 방법도 묘수
7광구 두고 한중일 동상이몽…최악의 시나리오는 '한국 패싱'

홍사훈 KBS 보도본부 기자는 4일 KBS신관에서 진행된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홍사훈 KBS 보도본부 기자는 4일 KBS신관에서 진행된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영토 싸움은 조용하면 진다. 국제사회 관심을 끌기 위해서라도 7광구를 시끄럽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무성 객원기자

"7광구를 더욱더 시끄럽게 만들어야 한다. 우린 시간이 없다."

대륙붕 7광구(한일대륙붕공동개발구역·JDZ)의 시간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2028년 6월이면 한일대륙붕공동개발협정(이하 협정)이 만료되고, 양국이 협정 연장을 결정하기까지는 겨우 2년여의 기간이 남았다. 애타는 쪽은 한국이다. 손 놓고 있다간 '산유국의 꿈'을 안겼던 7광구를 일본에 넘겨줄 위기다. 14년 전부터 7광구를 취재해 온 홍사훈 KBS 보도본부 기자는 4일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포기하면 안 된다. 조용히 있으면 일본만 유리해진다"고 경고했다.

◆7광구, 86년 日 개발 중단…우리 정부도 소극적

7광구는 제주도 남쪽과 일본 규슈 서쪽 사이 8만2천㎢ 규모의 해역이다. 이곳에 상당량의 석유·천연가스가 매장돼 있을 것이란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한때 온 국민의 관심이 쏠렸다. 1978년 6월 한일은 50년 기한의 협정을 맺고 7광구를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일본이 1986년 일방적으로 개발 중단을 선언하면서 한국도 개발길이 막혔다.

이후 우리 정부는 7광구 영유권을 주장하는 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홍 기자는 "2009년 UN 대륙붕한계위원회(CLCS)는 자국의 대륙붕 영유권을 주장할 근거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일본은 수백 장에 달하는 조사자료를 제출한 반면, 우리 정부는 10년에 걸쳐 만든 150장짜리 정식 보고서가 아닌 8장짜리 약식 보고서를 제출했다. 당시 외교부 고위 관계자가 '일본에 망신당한다'며 보고서 제출을 막았다고 한다"고 했다.

이어 "2009년 다큐멘터리 'JDZ 한·일 석유전쟁'을 제작해 문제를 지적했지만, 프로그램에 나온 뒤에도 외교부는 정식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그래서 2011년 '한·중·일 대륙붕 삼국지'를 제작해 보도했더니 데드라인이 한참 지난 그해 12월에서야 정식 보고서를 내더라"며 "이후 2021년 정부는 단독으로 7광구를 개발할 수 없으니 7광구 경계면과 맞닿아 있는 인접 4·5광구를 개발하겠다는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흐지부지된 면이 없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일 대륙붕 공동 개발협정의 만료 시한이 5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7광구를 비롯한 서남해 에너지 자원 확보를 두고 한중일 자원전쟁이 노골화될 조짐이다. 한국석유공사의 시추선 두성호.
한일 대륙붕 공동 개발협정의 만료 시한이 5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7광구를 비롯한 서남해 에너지 자원 확보를 두고 한중일 자원전쟁이 노골화될 조짐이다. 한국석유공사의 시추선 두성호.

◆7광구 두고 한중일 동상이몽…최악의 시나리오는 '한국 패싱'

일본은 7광구를 독식하려는 흑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대로 협정이 종료될 경우 바뀐 국제해양법에 따라 7광구로부터의 지리적 거리가 가까운 일본이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7광구의 90%가량이 일본에 넘어갈 것이란 관측도 있다.

홍 기자는 "2009년 일본 경제산업성과 인터뷰를 했을 당시 한국이 비용을 다 댄다는 조건으로 개발을 진행하자고 해도 일본 측은 '조약은 조약'이라며 거절했다"며 "2020년 '제7광구 한·일 마지막 승부' 프로그램이 방영된 후 우리 정부가 일본에 면담을 요청했지만 일본은 코로나19와 도쿄올림픽 등 핑계를 대면서 우리 정부와의 만남을 모두 거절했다. 조광권자를 정해 달라는 정부의 요구도 2년 넘게 뭉개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 중국이라는 커다란 변수가 등장했다. 5년 뒤 협정이 만료되면 한·중·일 7광구를 두고 자원전쟁을 벌일 것이란 전망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2028년 이후 중국과 일본이 중일공동개발구역을 7광구까지 연장해 한국을 배제한 채 7광구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상황이다.

홍 기자는 "2028년이 되면 7광구가 '무주공산'이 된다는 걸 누가 모르겠나. 지금 한·중·일 3국이 동상이몽"이라며 "7광구는 중국이 태평양으로 진출하는 교두보를 마련하는 데에도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다. 만일 2025년에 일본이 협정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하면 그때부터 중국이 들어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일 동맹·한일정상회담 의제 격상…7광구 '시끄럽게' 해야

당장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은 한국이 패싱 당하지 않도록 협정을 연장하는 것이다. 7광구 개발에 착수하지 못하더라도 권리를 지금처럼 유지할 수 있게끔 시간을 버는 전략이다.

그는 "중국이 들어오면 일본은 한국을 상대하는 것보다 100배 더 힘들다. 7광구가 화약고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일본을 설득해야 한다"며 "그러려면 미국을 끌어들여야 한다. 한미일 동맹이 있고 미중 패권 전쟁이라는 아주 좋은 찬스가 있으니 중국이 여기에 진출한다면 중국의 힘이 매우 커진다고 설득해야 한다"고 했다.

또 홍 기자는 "컨트롤타워인 외교부의 의지가 없으니 한일정상회담 의제로 격상시켜야 한다"며 "정상회담 의제까지 올라가면 우리 국민들도 나설 테고 국제사회에서도 한일 간 새로운 외교 쟁점 사안으로 집중할 것이다. 시끄러울수록 우리한테 유리하다"고 했다.

일본이 협약을 파기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기한인 2025년 전에 한국이 일본과 협의를 내려는 시도를 계속할수록 국제 재판에서 유리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일본이 한국 측의 시도를 여러 차례 뭉갰고, '침대축구'를 해왔다고 국제사회에 호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 기자는 "7광구는 한일 외교 현안 중 자원과 안보 전략, 우리 아들 딸의 미래 세대가 걸린 문제다. 이것보다 중요하고 폭발성 있는 사안이 어디 있겠느냐. 어쩌면 독도보다도 중요한 문제"라며 "7광구가 '잊혀진 영토'라는 사실이 더 많은 국민들에게 알려져야 우리 정부도 성화에 떠밀려서라도 무엇이라도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