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 놓인 대구 출자·출연] '구멍 숭숭' 제재 비웃는 방만 운영 되풀이…총괄 '컨트롤타워'가 없다

입력 2025-09-08 20:00:00 수정 2025-09-08 20:4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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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1천명 넘는 조직, 컨트롤타워 부재
출자·출연기관 전체 임직원 1천278명…8곳 중 7곳 전년 대비 증가
대구시 전담 인력 3명 수준…부산시 '공공기관담당관' 3개팀 20여명
문화예술진흥원, 법 위의 2천만원대 시간외 수당 지급 논란
행복진흥원도 지난해 1천만원 시간외 수당 받아가 적발
기관장 보수는 전국 17개 시·도 중 2위…복리후생 규모도 확대

대구시청 동인청사. 매일신문 DB.
대구시청 동인청사. 매일신문 DB.

주민 복리 증진과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해 설립된 대구시 산하 출자·출연기관에서 방만 운영·편법·기강 해이 문제가 매년 되풀이되고 있음에도, 이를 통제할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연간 1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운용하고 직원 규모만 1천명이 넘는 거대 조직을 총괄적으로 관리·감독할 '컨트롤타워'가 사실상 부재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천명 조직 담당 인력 3명뿐

8일 대구시에 따르면 산하 출자·출연기관 8곳의 올해 임직원 수는 1천278명으로 집계됐다. 대구의료원을 제외한 7곳이 지난해보다 늘었으며, 기관별 계약직, 시설직 등을 포함하면 규모는 훨씬 더 커진다.

그러나 이들을 관리하는 대구시 전담 인력은 기획조정실 예산담당관 소속의 출자출연관리팀장 등 3명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인사·평가 중심 업무에 치우쳐 실질적인 감시·감독 기능은 사실상 작동하기 어렵다.

또한 대구시는 기관별 특성에 따라 관리 부서를 따로 두고 있다. ▷대구신용보증재단(경제정책관) ▷대구정책연구원(정책기획관) ▷대구시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복지정책과) ▷대구의료원(보건의료정책과) ▷대구문화예술진흥원(문화예술정책과) ▷대구테크노파크, 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창업벤처혁신과) 등 제각각이라 통합적인 관리·감독 체계는 부재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총괄 컨트롤타워가 없다 보니 출자·출연기관이 진행 중인 대구시 위탁업무 등 수많은 사업의 현황 점검은 물론 실효성과 집행 적정성도 주기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부산시는 상황이 다르다. 기획조정실에 출자·출연기관 전담 부서인 '공공기관담당관'을 두고 20여명의 인원이 공공기관1팀, 공공기관2팀, 공공기관평가팀으로 나뉘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러한 컨트롤타워 유무의 차이는 지방자치단체 산하 출자·출연기관에 대한 관리·감독은 전적으로 지자체 의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의 각종 기준에 따른 평가와 관리·감독을 통해 직접적인 통제를 받는 지방공기업과 달리, 지방출자·출연기관은 이러한 제한이 없어 상대적으로 느슨한 구조다.

◆천만원대 시간외 근무수당 또 있었다

총괄 관리·감독의 허점은 매년 반복되는 기강 해이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대구문화예술진흥원에서 연간 2천만원 안팎의 근로기준법을 넘어선 시간외 근무수당 지급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지난해 대구시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감사에서 적발됐다.

직책수당을 받는 2급(실장) 직원에게는 지급할 수 없는 시간외 근무수당이 부적정하게 지급된 것이다. 2급 직원은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시간외 근무수당으로 1천81만원을 받아갔다.

복무 해이 문제도 드러났다. 행복진흥원은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월 2회 1시간씩 조기 퇴근하는 제도를 시행, 111명의 직원이 2천50시간 조기 퇴근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근로기준법상 금지하고 있는 부적정한 유급휴가에 속한다. 1년 2개월간 위법 행위가 이뤄졌음에도 감사 이후에야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 역시 2023년 탄력적 근무시간제를 운영하면서 대다수 직원들의 출·퇴근 미등록 사례가 확인돼 복무 관리가 허술하다는 감사 지적을 받았다.

이에 기존 관리 체계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내부 통제 체계를 전면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경영 성과마저도 주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7월 대구시가 발표한 출자·출연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8곳의 출자·출연기관 가운데 최고 등급을 받은 기관은 한 곳도 없었다. 기관장 평가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역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업무 전반을 상시 점검하는 한편 감시·감독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통합 관리를 기반으로 선제적 예방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A 출자·출연기관의 관계자는 "2022년 통폐합 이후 조직 융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처우, 소속 노조도 제각각"이라며 "집안 내부가 화합되지 못하다 보니 구성원들 사기는 꺾이고, 결국 기관 본연의 역할과 업무에 대한 안일한 태도가 만연해지는 게 큰 문제 같다"고 전했다.

◆기관장 고연봉에 복리후생 혜택은 확대

이러한 위법·부당 행위에 대한 개선은 더디지만 기관장 보수는 전국 상위권이다. 대구 출자·출연기관 기관장의 올해 평균 연봉은 약 1억4천500만원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인천(1억5천500만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복리후생비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복리후생비 지원 규모의 경우 8곳 기관 중 엑스코, 신용보증재단, 디지털진흥원, 행복진흥원, 정책연구원 등 다수 기관이 전년보다 확대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방공공기관 복리후생제도 가이드라인'을 통해 "주민 눈높이를 벗어난 과도한 복리후생제도 운영을 지양하고, 과도한 복리후생 항목을 적극 발굴해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출자·출연기관과 산하 공기업까지 특별점검에 착수한 만큼 예산과 인사, 복무, 채용 절차, 출장 절차 준수 여부 등 전반을 점검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