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 울버트 버지스 지음, 김승진 옮김 / 북하우스 펴냄
시간이 지날수록 사이코패스 범죄와 같은 이상 심리에 의한 범죄, 기술의 발달 등으로 인해 범죄 현장에는 물리적 단서들이 줄어들고 있다. 프로파일링은 이에 대처하기 위해 FBI 행동과학부에서 연구하고 발전시킨 수사 기법으로, 범죄 수사에 획기적인 시발점이 됐다.
프로파일링은 범죄 현장에 남겨진 증거, 혹은 범행 패턴 등을 심리학 및 통계학적으로 분석해 범죄(자)의 정보를 알아내는 작업으로 ▷범행의 동기 ▷목적 ▷범죄자의 여러 특성 등을 추정할 수 있게 도와준다.
'살인자와 프로파일러'는 이러한 혁신적인 수사기법이 막 고안되고, 발전하기 시작한 1970, 80년대 FBI 행동과학부의 실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회고록이다. 프로파일링 기법의 발전, 실제 수사에서의 적용, 프로파일링 효과 입증 등의 모든 순간을 기록하고 있다.
저자인 '앤 울버트 버지스'는 정신 간호학을 전공한 간호사로, 대학원 실습 시절 정신병동의 여성 환자들 중 상당수가 성폭력 피해자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이들에게 세심한 치료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강간 트라우마 증후군'이라는 병명을 처음으로 쓰는 등 성범죄와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을 건드렸다. 성폭력 범죄를 분석할 때 처음으로 피해자의 관점을 도입한 것도 그다.
이런 그의 경력 덕에 FBI는 성폭력 범죄를 긴급하고 진하게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고 판단, FBI 아카데미 교관으로 그를 선임하기에 이른 것이다. 1세대 프로파일러 등장의 시초가 바로 이 때였다. 후에 그는 1세대 프로파일러로 유명한 '존 더글러스'와 '로버트 레슬러'와 함께 강력범죄 수사 및 분류 표준 시스템인 'FBI 범죄 분류 메뉴얼'도 쓰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프로파일링이 탄생한 과정만 담지는 않았다. 극악무도한 범죄자의 마음과 피해자의 마음까지 담아내며 독자들에게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죽이도록 추동하는 요인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들을 어떻게 하면 멈출 수 있을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독자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인간의 가장 어두운 '심연'에 다가가며, 그것이 주는 의미에 대해서도 스스로 성찰하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은 '인간 심연에 대한 보고서'라고도 불릴 만하다.
프로파일링과 범죄심리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매우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훌륭한 회고록이지만, 주의할 점은 있다. ▷폭력 ▷살인 ▷납치 ▷성폭력 ▷가정폭력 ▷성차별 ▷인종차별 ▷정신 건강 등과 관련한 적나라한 표현이 책에 가득하다. 프로파일러들의 회의실 미공개 속기록, 녹취록, 범죄 현장에 대한 묘사, 저자 본인의 회상이 촘촘하게 엮여 있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자극을 보고 느끼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읽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가지는 가치는 분명하다. 저자는 "절대로 피해자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상기하고, 여기에 등장하는 사건을 겪은 사람들을 기억하는데 이 책이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라고 말한다. 428쪽, 1만8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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