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계 '민주당의 길' 모임 돌연 취소…신중 행보 왜?

입력 2023-02-28 19:05:09

예상 밖 초박빙 부결에 이탈표 부담 느낀 듯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의 길 1차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마친 뒤 참석 의원들로부터 박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의 길 1차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마친 뒤 참석 의원들로부터 박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내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모임 '민주당의 길'이 28일 정례 회의를 돌연 취소했다. 전날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 이탈표가 대거 확인되자, 당내 갈등을 우려해 잡음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28일 CBS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의 길' 소속 의원은 "어제(27일) 본회의도 있고, 다들 일정이 있고 해서 아침에 회의를 취소하기로 했다. 다음주 화요일 정기모임은 예정 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길'은 비명계 의원들이 주축이 돼 매주 화요일 저녁 토론과 회의를 동반한 만찬 모임을 갖는다. 모임은 홍영표·이원욱·김종민·조응천·윤영찬·박용진 의원 등 30여 명 의원들로 구성돼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저녁 예정돼 있던 만찬 회동은 당일 오전에 돌연 취소됐다.

'민주당의 길'이 갑작스레 모임을 취소한 것을 두고 비명계도 '이탈표'를 던진 의원들을 향한 지지층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전날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이탈 표가 예상 외로 무더기로 나오면서 당분간 분위기를 지켜보며 '자중 모드'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앞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전체 투표 수 297표 중 가결 139표, 부결 138표, 무효 11표, 기권 9표로 가까스로 부결됐다.

가결 표가 예상 보다 많이 나왔지만 의결 정족 수인 참석자 과반(149명)에는 못 미쳤다. 이날 투표는 무기명으로 진행됐다.

민주당이 표결을 앞두고 '압도적 부결'을 자신한 것과는 다른 결과로, 민주당에서만 최대 37명이 찬성이나 기권을 선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민주당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민주당 내 가결표' 색출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부결표를 던지지 않은 것으로 추측되는 민주당 의원들의 명단이 공유되고 있다.

의원이나 보좌관에게 문자를 보내 부결표를 던졌는지 묻고 커뮤니티에 인증하는 게시물도 다수 확인됐다.

한편 민주당 지도부는 당내 체포동의안 여진을 수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날 박홍근 원내대표는 "표결 결과가 주는 의미를 당 지도부와 함께 살피겠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당의 단일한 대오를 위해 더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