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만 18세 이상 대구경북 남·여 1천 명을 대상으로 핵 안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79.0%가 우리의 독자적 핵무기 개발이나 미군의 전술핵 재배치에 찬성했다. 반대는 18.7%였다.
한국의 핵무장 추진에는 여러 문제점과 정치적 어려움이 존재한다. 독자적 핵무장은 한미 관계를 악화시키고 동아시아의 핵무기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일은 아니다. 우리를 둘러싼 중국, 러시아,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재래식 무기를 아무리 강화해도 이들의 군사적, 정치적 압박을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일본도 군사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일본 방위성은 2022년 방위백서에 중국을 '일본의 최대 위협'이라고 명시했다. 그 뒤를 북한, 러시아를 지목했다. 이들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은 '일미 동맹'을 넘어 '일미 일체화'로 변신 중에 있다. 20세기 내내 일본의 여론과 상식은 '무기를 버리고 전쟁에 관한 모든 것을 포기한다'였다. 하지만 21세기 일본은 '평화헌법'을 지키기 위해 군사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상황이 달라지니 여론도 달라진 것이다.
일본의 군사 대국화 추진은 우리에게 위협인 동시에 교훈이다. 북한과 중국의 위협이 일본에 한정되는가? 오히려 우리나라가 더 큰 위협에 노출돼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미국은 핵우산으로 한국을 지킨다고 장담한다. 하지만 국제정치는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가령, 미국 내의 복잡한 정치적 상황과 비상 상황이 맞물릴 경우 핵우산 작동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제 한국의 핵무장은 거론조차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넘어섰다고 본다. 핵무장 추진에 따른 여러 어려움은 정치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동북아에서 중국과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는 한국의 역할 같은 당위성을 개발하며 미국에 협력과 이해를 타진할 문제인 셈이다. 핵무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국은 어느 편이냐?'고 미국이 물었을 때, 분명하게 답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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