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백강의 한국 고대사] 동양고전으로 다시 찾는 발해조선의 역사(4)

입력 2023-02-27 14:29:43 수정 2023-02-27 18:49:00

민족의 자랑스런 역사, 감추고 왜곡하는 국내 반도사학
노태돈 교수 저서 '단국과 고조선사' 산해경의 내용 한마디도 인용 않아
발해조선의 역사 감추려는 듯 보여
송호정, 산해경 편찬 곽박이라 단정…저자 백익 증거 있지만 日 주장 따라
'북해'→'북부' 의도적인 조작 의심도
위대한 발해조선 초라하게 만들어…중·日보다 한 술 더 뜨는 한국 학자
역사 바로 서려면 반도사학 청산을

노태돈이 저술한 단군과 고조선사.

중국이나 일본의 학자들이야 '산해경'에 나오는 조선의 이야기가 자기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남의 나라 역사 이야기라서 이를 왜곡 폄하하는 데 앞장섰다고 치자.
자기 민족, 자기 나라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은폐 말살하려고 안달이 난 한국의 반도사학은 저들의 행태를 보면 과연 한국인이 맞는지 의아스럽다.
한국의 반도사학이 '산해경'에 나오는 발해조선을 어떻게 은폐 말살했는지 반도사학의 선두에 서 있는 노태돈, 송호정 두 교수의 경우를 통해 살펴보기로 한다.

◆노태돈의 '산해경' 고조선 기사 은폐

노태돈은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로서 한국 반도사학의 대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2,000년도에 '단군과 고조선사'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 제2부의 "고조선 초기 중심지"라는 제목으로 쓴 글에서 노태돈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문제를 생각함에 있어선, 먼저 언제부터 조선이 역사상에 모습이 나타나게 되었는가를 문헌자료를 통해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조선에 대한 기록으로선 '산해경'의 해내북경과 해내경에서 각각 조선에 관계된 간략한 언급이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산해경'은 익히 알려진 바처럼 그 내용이 어느 한 시기에 쓰인 것이 아니며 춘추 말기에서부터 전한 대에 걸치는 여러 시기에 여러 곳에서 작성된 기사들을 모은 것이다. 그런 만큼 이 책에서 보이는 조선에 대한 언급이 언제 때의 그것인지 단정키 어렵다."
노태돈의 주장은 '산해경'의 조선에 관한 언급이 간략하다는 것과 그것이 어느 시기의 것인지 단정하기 어렵다는 논리로 요약된다.

진나라 곽박이 지은 산해경 주석서.
노태돈이 저술한 단군과 고조선사.

노태돈은 조선이 역사상에 나타나게 된 문헌자료를 검토하면서 '산해경'을 맨 먼저 언급했다. 이는 노태돈도 조선에 관한 최초의 자료가 '산해경'이라는 사실은 인정했음을 말해준다. 다만, 노태돈은 '산해경'에서 조선에 대해 언급한 내용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인용하지 않았다.
'산해경'의 내용이 장황하다면 모르지만, 그도 말한 것처럼 몇 글자 안 되는 간단한 것인데 노태돈은 왜 이를 외면하고 인용하지 않았을까.
'산해경'의 고조선에 관한 언급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발해의 모퉁이에 조선이란 나라가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조선이 열수의 동쪽, 바다의 북쪽, 산의 남쪽에 있다는 것이다.
노태돈의 저서 '단군과 고조선사'는 2부 "고조선사와 단군신화"에서 고조선의 서쪽에 있던 열수列水를 대동강, 한과 고조선의 경계 패수를 청천강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한 대의 요동군과 낙랑군의 경계가 청천강이고 연과 후기고조선과의 경계도 청천강이었다"고 주장했다.
'산해경'의 "발해의 모퉁이에 조선이 있다"는 기록은 노태돈의 대동강 조선 주장과는 괴리가 너무 심하다. 만일 '산해경'의 내용을 인용하면 노태돈의 주장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그래서 노태돈은 '산해경'에서 말한 내용을 의도적으로 인용하지 않았다고 본다.
연나라 장수 진개秦開가 고조선의 서쪽을 공격하여 2천 리 땅을 빼앗아 갔다는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위략'의 장문은 인용하면서 발해조선의 위치와 강역이 분명하게 드러나 있는 '산해경'의 간단한 내용은 인용하지 않은 노태돈의 행위는 발해조선의 의도적인 은폐에 해당한다.
이는 우리 민족의 빛나는 역사는 감추고 부끄러운 역사는 부각시키려는 반도사관의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송호정의 '산해경' 고조선 기사 조작

'산해경'의 발해조선을 말살하는데 중, 일 학자보다 한 술 더 뜬 게 송호정이다. 현재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인 송호정은 석, 박사 모두 고조선을 연구한 논문으로 서울대에서 학위를 받았다.
송호정은 2003년 '한국고대사속의 고조선사'라는 책을 펴냈는데 이 책 1장에 "'산해경'에 기록된 조선"이란 제목으로 쓴 글이 실려 있다.
'산해경'의 저자와 내용에 대한 그의 관점을 피력했는데 이를 요약하여 인용하면 아래와 같다.

송호정이 저술한 한국고대사속의 고조선사.
진나라 곽박이 지은 산해경 주석서.

"'산해경'은 곽박郭璞(276~324)이 춘추시대 말기부터 전한시대에 걸쳐 여러 곳에서 작성된 기사들을 편집한 책이다. 때문에 '산해경' 안의 경마다 차이가 있어 조선에 대한 기록 또한 언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해내북경에는 '조선이 열양列陽의 동쪽, 바다의 북쪽, 산의 남쪽에 있었고 열양은 연에 속했다.'라고 씌어 있다. 여기서 열양은 기원전 3세기 무렵 연나라의 동쪽 지방, 곧 연나라가 지배하던 조선의 서쪽 영역을 말한다고 한다.···
또 해내북경에서 말한 '바다의 북쪽, 산의 남쪽(海北山南)'의··· 기록은 특정 바다와 특정 지역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고 막연한 방향만을 제시하고 있어 고조선의 위치를 말해주는 근거는 되지 못한다.
또한 해내경에서 '동해의 안쪽, 북해의 모퉁이(東海之內 北海之隅)'라고 한 것은 넓게 보아 조선이 동해의 범위 안, 즉 동해에 면하였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동해 북부北部의 한쪽 가에 있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송호정의 '산해경'에 대한 설명은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산해경'은 곽박이 편집한 책이라고 못 박아서 말했다.

곽박은 동진시대 사람으로 '산해경'의 저자가 아니라 주석서를 펴낸 인물이다. 송호정은 무슨 근거로 이런 주장을 하였는가. 일본의 오카모토 타다시(岡本正)가 1960년 '산해경'을 연구하여 '중국고대사연구'에서 발표한 내용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산해경'의 저자와 관련해서 서한의 유흠, 동한의 왕충과 같은 쟁쟁한 학자들이 4,000년 전 백익의 저술이라 말하고 중국 역대의 역사학자들이 춘추전국시대의 저술이라고 주장하는 등 다양한 견해가 있음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현대 일본학자의 주장에 근거하여 '산해경'을 곽박의 편찬으로 단정한 것은 '산해경'의 사료적 가치를 저평가함으로써 '산해경'의 발해조선 기록을 말살하려는 의도가 역력하다.
둘째 송호정은 "바다의 북쪽, 산의 남쪽(海北山南)에 있다."고 해내북경에서 말한 조선은 막연한 방향만을 제시하고 있어 고조선의 위치를 알 수 없다고 하였다.
해내북경에서 어느 바다를 특정하지 않고 말한 바다는 모두 발해를 가리킨다. 또한 "조선은 발해의 모퉁이에 있다"고 해내경에서 말했다. 그리고 고조선을 말할 때 등장하는 상징적인 산은 갈석산이다.
그러므로 조선의 위치를 설명한 해내북경의 "해북산남"은 발해의 북쪽, 갈석산 남쪽을 가리킨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송호정이 막연한 방향만을 제시하고 있어 고조선의 위치를 알 수 없다며 얼버무린 것은 역사지식의 천박함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다.

송호정이 저술한 한국고대사속의 고조선사.

셋째 "해내경에서 '동해의 안쪽, 북해의 모퉁이(東海之內 北海之隅)'라고 말한 조선은 넓게 보아 조선이 동해의 범위 안,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동해북부의 한쪽 가에 있다는 뜻으로 볼수 있다."라고 했는데 이는 역사의 무지를 넘어 역사의 조작에 해당한다.
해내경에서 분명히 "동해의 안쪽, 북해의 모퉁이에 조선이 있다."고 했으니 이를 그대로 해석하면 발해의 모퉁이 즉 발해만에 고조선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고조선이 대동강 유역에 있었다는 반도사관에 사로잡혀 있는 송호정은 끝내 '산해경' 원문 "동해의 안쪽, 북해의 모퉁이(東海之內 北海之隅)"를 "동해의 안쪽, 북부의 모퉁이(東海之內 北部之隅)"라고 조작하기에 이른다.
즉 북해의 바다 해海 자를 없애고 거기에 부部 자를 집어넣어 북해를 북부라고 바꾼다. 그리고 조선이 "동해의 범위 안, 동해 북부의 한쪽 가에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한 것이다.

◆나라가 바로 서려면 반도사학부터 청산해야

다른 나라 사람들은 자기 나라를 위대하게 만들고자 역사를 조작한다. 한국의 반도사학은 위대한 발해조선을 초라한 대동강 조선으로 만들려고 글자까지 조작해가며 날뛴다.
'산해경'에 말한 발해조선이 그동안 백일하에 드러나지 못하고 베일에 가려져 있었던 것은 이를 은폐하고 조작한 반도사학이 원흉이다. 나라가 바로 서려면 역사가 바로 서야 하고 역사가 바로 서려면 중, 일 학자보다 한 술 더 뜨는 한국의 반도사학부터 청산해야 한다.

역사학박사·민족문화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