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립 '보름이' 아이디어 도용 논란…"고객 제안 전부터 검토하던 내용"

입력 2023-02-18 18:49:45

국내 제빵기업 SPC삼립이 최근 내놓은 보름달 빵 캐릭터
국내 제빵기업 SPC삼립이 최근 내놓은 보름달 빵 캐릭터 '보름이'와 빵에 들어가는 스티커의 일종인 띠부씰을 두고 아이디어 도용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보름이 캐릭터가 들어간 보름달 빵. SPC삼립 인스타그램 갈무리

국내 제빵기업 SPC삼립이 최근 내놓은 보름달 빵 캐릭터 '보름이'와 빵에 들어가는 스티커의 일종인 띠부씰을 두고 아이디어 도용 논란이 일고 있다. 한 대학생이 SNS를 통해 한 제안을 무단도용했다는 주장이 나온 데 대해 삼립 측은 고객 제안 전부터 검토하던 내용을 상품화한 것이라고 밝혔다.

17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대학생 A씨(27)는 작년 4월 평소 좋아하던 삼립빵 보름달 10개를 인터넷으로 주문해 먹던 중 아이디어가 떠올라 같은 달 29일 삼립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상품 디자인을 제안했다.

A씨는 "(빵 봉투에 그려진) 토끼를 여러 가지 콘티로 늘려서 삼립 자체 캐릭터로 (만들고), 이름은 '보름이' 이런 식으로 해서 스티커 30종 정도로 해서 보름달 안에 '보름이' 띠부씰을 넣으면 어떨까 생각이 들어서 건의드린다"고 했다.

띠부씰 디자인에 대해서도 그는 "색은 약간 핑크+흰색으로 여러 가지 동작 콘티로 하면 어떨까 싶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삼립은 "말씀 주신 아이디어와 유사한 제품이 추후 출시가 된다면 삼립 인스타그램을 통해 빠르게 알려드리도록 하겠다"고 응답했다.

이후 삼립은 토끼해인 올해 정월 대보름을 앞둔 지난 2일 보름달 빵의 캐릭터 '보름이'를 선보이고 '보름이' 야광 띠부씰 35종을 1개씩 보름달 빵에 넣어 판매한다고 밝혔다. 리뉴얼한 보름달 빵은 보름 만에 200만개가 팔리는 등 평소 대비 판매량이 2배로 늘었다.

새 디자인을 본 A씨는 지난 14일 삼립 고객센터에 다시 연락해 보름달 빵의 '보름이'와 띠부씰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활용한 것인지 물었다.

삼립은 A씨가 제공한 아이디어가 이미 내부적으로 검토하던 것이어서 고객의 아이디어를 활용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A씨는 "보상을 원하지 않았으며 고맙다는 말 한마디를 듣고 싶었다. 그런데 나의 아이디어와 90%가량 똑같은 제품을 출시하고도 발뺌하는 행태를 보면서 우리나라 대기업의 수준을 알 수 있게 됐다. 뉴스에서만 보던 부도덕한 행태를 직접 경험한 듯해 분하다"고 말했다.

삼립은 고객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못해 오해를 낳은 점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절대 고객 아이디어를 도용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2021년 10월 이미 보름달 빵에 대한 신제품 전략회의가 시작됐고 2022년 1월 '보름이' 명칭이 확정됐다는 것이다. 이 경우 A씨의 제안보다 3개월 앞선 시점이다.

또 '보름이' 띠부씰도 새로운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보름달 빵에는 2017년부터 일정 기간을 정해 띠부씰을 넣어 판매하는 등 띠부씰이 들어가는 빵들이 여러 종류가 있다고 설명했다. 삼립은 "고객의 관심과 의견에 대해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며, 제품 출시 이전에 내부 정보를 외부에 알릴 수 없기 때문에 정확한 과정을 알 수 없었던 고객 입장에서 충분히 오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고객과 충분히 소통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하며, 고객에게 상세히 설명해 드리고 오해를 풀어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