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시각장애 졸업생, IT개발자로 사회 첫 발…"코딩은 삶의 한줄기 빛과 같아"

입력 2023-02-17 17:15:28 수정 2023-02-19 17:37:56

대구대 졸업생 송현아 씨, 성남 IT 회사 취업…"프로그램 개발로, 도움 주는 존재 될 것"
19세 때 망막색소변성증 판정…대학 입학 후 시력 점차 악화
지인 추천으로 코딩 접해…면접까지 험난했던 과정

시각장애가 있는 대구대 졸업생 송현아 씨가 17일 2022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에 참여했다. 대구대 제공
시각장애가 있는 대구대 졸업생 송현아 씨가 17일 2022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에 참여했다. 대구대 제공

중증 시각장애를 가진 대구대학교 졸업생이 IT 개발자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뎌 눈길을 끌고 있다.

17일 2022학년도 전기 대구대 학위수여식에서 학위를 받은 송현아(22) 씨는 졸업과 함께 IT 회사의 AI 사업팀으로 출근, IT 전문가가 되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남들보다 눈이 조금 좋지 않은 줄로만 알았던 송 씨는 19세가 되던 해에 망막색소변성증 판정을 받았다.

시각장애인으로서의 삶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조차 되지 않았던 2019년, 송 씨는 대구대 아동가정복지학과에 입학했고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한 꿈을 위해 노력했다.

학교 수업을 충실히 수강하는 것은 물론, 대구시각장애복지관에서 근로학생으로 일하면서 사회복지실습까지 참여했다.

송 씨는 "입학 당시에는 교재나 스마트폰에 있는 글씨를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시력이 괜찮아 다른 장애학생을 돕는 도우미 활동을 했다"며 "하지만 어느 순간 종이에 적힌 글자는 볼 수 없게 됐고, 스마트폰에 있는 글자만 겨우 읽을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얼마 안 가 시야의 폭이 더 좁아지면서 이동할 때는 흰 지팡이를 짚어야 할 정도로 상황이 나빠졌다. 2021년 무렵 그의 장애 정도는 '심한 장애'로 바뀌었다.

송 씨가 다시 희망을 떠올리게 된 것은 코딩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였다. 지인의 추천으로 코딩에 관심을 갖게 됐고, SK C&C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운영하는 '청년 장애인 ICT 전문가 육성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그는 "코딩을 접하는 순간 머릿속에 '바로 이거다. 이거면 재미있게 즐기면서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직업의 선택지가 많지 않아 좌절했던 시기에 발견한 '한줄기 빛'이었다"고 말했다.

비전공자로서 시력까지 나쁜 송 씨가 프로그램 개발 툴을 배우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교육을 시작한 지 1~2주가 지나자 후회가 몰려왔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하지만 스터디를 하며 다른 교육생의 도움을 받고 6개월간 공부에 매진한 끝에 수료증을 받을 수 있었다.

취업의 문턱은 더 높았다. 면접 준비를 하면서 송 씨가 자주 듣던 말은 '중증 시각장애인이 IT 개발자를 준비하는 것은 처음 본다'였다. 하지만 그런 말을 들을수록 더욱 오기가 생겼고, 시각장애인이 코딩을 할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몸으로 증명하고 싶었다.

그러던 지난해 9월 송 씨는 경기도 성남의 한 IT 회사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다. 10월부터 일을 시작하면서 다른 회사에 파견되는 업무가 아닌 본사에서 근무하도록 한 회사 측의 배려도 있었다.

현재 송 씨는 화면낭독 프로그램을 통해 프로그램 개발 업무를 배우고 있으며, 회사 동료들의 도움으로 업무에 점차 적응해 나가고 있다.

그는 대학 시절 '도우미를 해줄 수 없겠냐'는 한 장애 학생의 부탁을 받은 일화를 떠올렸다. 그는 "당시 '눈이 안 좋으니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없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내 '나의 장애가 어떤 일을 이루지 못하는 핑계가 되긴 싫다'는 생각에 마음을 고쳐먹고 그 친구의 도우미로서 즐거운 한 학기를 보냈다"고 했다.

그 일을 계기로 송 씨 자신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 송 씨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세상에 도움을 주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조한진 대구대 장애인위원회 위원장(사회복지학과 교수)은 "사회적으로 장애인들은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는 존재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그릇된 인식이다"며 "장애인들이 사회적으로 다방면에 진출해 비장애인들과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경우가 많아지면 이러한 편견을 깰 수 있다. 앞으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학생이 많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