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섬유업체 대표는 최근 전기요금 고지서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고 한다. 월평균 8천만 원 정도였던 전기요금이 종전과 비슷한 가동률에도 불구하고, 1억2천만 원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한전이 올 1분기에 요금을 올린 여파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4~27일 전국 309곳 제조 중소기업을 상대로 '에너지 비용 조사'를 하자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 "대책이 없다"는 답변이 69.9%로 가장 많았다. 전기요금 인상분을 납품 단가에 반영하는지 묻자 12.9%만 "그렇다"고 했다. 절대다수 중소기업이 전기요금 날벼락을 맨몸으로 맞고 있는 것이다.
전국에서 가장 미분양이 많은 대구경북의 건설업체들도 폭탄 앞에 서 있다. 대구는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미분양 주택이 1만3천여 가구, 경북도 7천여 가구에 이른다. 외환위기·금융위기 당시 혹독한 미분양·준공 후 미입주 사태를 경험한 터라 역내 건설업체들은 유동성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분양으로 인한 자금 경색 상황이 불 보듯 뻔해 이를 견뎌낼 현금 확보를 해야 하는 것이다.
기업인들은 지금 상황을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게 본다. 당시엔 전 세계 정책 당국이 합심해 금리인하 정책을 시행, 기업들에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돈을 풀 수 있는 정책 수단이 절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을 잡아야 하고 대규모 자금의 역외 유출을 부를 미국과의 금리 역전 현상을 방관할 수 없는 정책 당국 입장에서 경기 부양 조치 시행이 쉽잖다.
정책 수단의 한계가 분명한 상태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공공요금 동결 방침도 내놨지만 정책 당국은 더욱 분발해야 한다. 경제는 심리라는데 제조업, 그리고 전후방 산업 연관 효과가 큰 건설현장의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는 정책들을 내놔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김창기 국세청장이 지난 14일 대구국세청 산하 세무 공무원들을 만난 뒤 구미 기업인들까지 찾아가 "올해 세무조사 규모를 축소하겠다"고 밝힌 것은 시기적절했다. 정책 당국의 어깨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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