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민지(MZ)] 딱딱한 격식 벗어나 편하게 즐기는 차 한잔 어때요

입력 2023-02-16 14:30:07 수정 2023-02-17 17:33:53

탁 트인 제주 풍경 담은 차·디저트 메뉴 눈길
차 주문하면 예쁘게 플레이팅 된 다도상 나와
손님들 기다란 바에 앉아 일상적인 대화 힐링

경상감영공원 뒤쪽 수제화 골목에 위치한
경상감영공원 뒤쪽 수제화 골목에 위치한 '소지 티룸'. 건물 왼쪽에 있는 작은 회색 철문이 입구.
소지 티룸의 시그니처 공간인 바. 손님들은 기다란 바에 앉아 직원들이 차를 내어주는 모습을 직접 보며 일상적인 대화들을 나눈다.
소지 티룸의 시그니처 공간인 바. 손님들은 기다란 바에 앉아 직원들이 차를 내어주는 모습을 직접 보며 일상적인 대화들을 나눈다.

요즘 젊은 세대 사이에서 차(茶)를 마시는 행위가 확산되고 있다. 과거 예의와 격식을 차리는 다도(茶道)와 달리 일상에서 편하게 차를 즐기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어서다. 인스타그램에서 티타임을 해시태그 한 게시물은 134만 개를 웃돌고 다도를 해시태그 한 게시물도 11만 개에 달한다. 커피가 각성의 효과를 준다면 차는 몸을 이완시키고 마음에 차분함을 가져다준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 차 한잔의 여유로움이 필요할 때, 가볍고 부담 없이 차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곳이 있다.

1930년대 만들어진 적산가옥을 개조한 내부 모습. 기본 골조들은 원형을 살려두고 그와 어울리게 벽과 바닥 등 나머지 부분들을 직접 리모델링 했다.
1930년대 만들어진 적산가옥을 개조한 내부 모습. 기본 골조들은 원형을 살려두고 그와 어울리게 벽과 바닥 등 나머지 부분들을 직접 리모델링 했다.
찻집 내부 곳곳에 차와 어울리는 따뜻하고 세련된 소품들이 배치돼 있다.
찻집 내부 곳곳에 차와 어울리는 따뜻하고 세련된 소품들이 배치돼 있다.

◆여백이 느껴지는 따뜻한 찻집

대구 중구 대안동에 위치한 '소지 티룸(tea room)'은 경상감영공원 뒤쪽 수제화 골목에 자리 잡고 있다. 건물 왼쪽에 있는 작은 회색 철문이 입구라 자칫하면 모르고 그냥 지나칠 수 있다. 문을 열고 2층으로 올라가면 아늑한 찻집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다.

1930년대 만들어진 적산가옥을 개조한 이곳은 여전히 그 시대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천장에 나무의 형태가 그대로 드러난 서까래가 대표적이다. 천장·기둥 등 기본 골조들은 원형을 살려두고 그와 어울리게 벽과 바닥 등 나머지 부분들을 직접 리모델링 했다.

전체적인 공간이 주는 분위기는 고즈넉하고 따뜻한 느낌이다. 주로 베이지와 우드 계열의 색감으로 톤을 맞춰 눈에 자극적이지 않다. 찻집답게 전통적인 느낌이 묻어나면서도 요즘 트렌드에 맞춘 깔끔하고 세련된 인테리어가 눈길을 끈다.

찻집 내부에 좌석이 많지는 않다. 2인용 테이블 3개와 바(bar) 테이블에 놓여있는 좌석 7개가 전부다. 좌석이 너무 없는 게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빽빽하지 않은 구성이 공간에 여백을 더해주고 손님들에게도 편안함을 준다.

소지 티룸의 시그니처 공간은 바이다. 대다수의 손님들은 기다란 바에 앉아 직원들이 차를 내어주는 모습을 직접 보며 차를 포함한 일상적인 대화들을 나눈다. 바 뒤쪽으로 배치된 다양한 모양의 크고 작은 다기들도 눈을 즐겁게 해준다.

소지 티룸의 시그니처 공간인 바. 손님들은 기다란 바에 앉아 직원들이 차를 내어주는 모습을 직접 보며 일상적인 대화들을 나눈다.
소지 티룸의 시그니처 공간인 바. 손님들은 기다란 바에 앉아 직원들이 차를 내어주는 모습을 직접 보며 일상적인 대화들을 나눈다.
바 뒤쪽으로 배치된 다양한 모양의 크고 작은 다기들이 눈을 즐겁게 해준다.
바 뒤쪽으로 배치된 다양한 모양의 크고 작은 다기들이 눈을 즐겁게 해준다.

◆차를 매개체로 소통하는 공간

소지 티룸은 곽준경(28), 성종훈(29) 대표가 지난해 11월 처음 문을 열었다. 오픈한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입소문을 타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일명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소지는 타오를 소(燒), 종이 지(紙)라는 뜻으로 흰 종이에 바라는 소원을 적어 태우거나 나무에 걸어두는 마을의식을 의미한다. 이 공간에서 차 한잔하면서 힘든 것은 잊고 원하는 바를 이뤄나갈 수 있는 긍정적인 마음을 채워갔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름을 소지로 정했다.

두 사람은 대학에서 만난 선후배 사이로 디자인을 전공했다. 졸업 후 디자인 업을 하다 '소지'라는 브랜드를 함께 만들었고, 그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찻집을 열게 됐다.

곽 대표는 "대구에는 카페가 많은 편인데 사람들이 커피보다 차를 좀 더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해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 찻집을 열게 됐다"며 "차를 매개체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찻집을 열기 전 다방면으로 차에 대한 공부도 많이 했다. 젊은 사람들에게 차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좀 더 쉽게 다가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접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차들을 소개하고 싶었던 마음도 컸다.

혼자 이곳을 찾은 손님 정효영 씨는 "차에 조예가 깊진 않지만 직원분들이 잘 설명해 준 덕분에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었다"며 "차와 어울리는 깔끔한 인테리어도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차를 주문하면 1인용으로 플레이팅 된 다도상이 나온다. 다관(차를 우릴 때 사용하는 주전자)과 숙우(우려진 차를 식히는 그릇), 찻잔 등으로 구성됐다.
차를 주문하면 1인용으로 플레이팅 된 다도상이 나온다. 다관(차를 우릴 때 사용하는 주전자)과 숙우(우려진 차를 식히는 그릇), 찻잔 등으로 구성됐다.
시그니처 메뉴인
시그니처 메뉴인 '눈꽃산행'. 초록색 쑥떡 위에 놓인 흰색의 리코타 크림치즈가 마치 눈 덮인 한라산을 떠오르게 한다.

◆제주의 풍경이 담긴 메뉴

일단 차를 주문하면 1인용으로 플레이팅 된 다도상이 나온다. 다관(차를 우릴 때 사용하는 주전자)과 숙우(우려진 차를 식히는 그릇), 찻잔 등으로 구성됐다. 우려진 차를 언제 따라야 하는지 시각적으로 알기 쉽도록 모래시계도 제공된다.

3분으로 맞춰진 모래시계가 다 내려가면 다관에서 우려진 차를 숙우로 옮겨 온도를 식혀가며 찻잔에 부어 마시면 된다. 물을 추가해 여러 번 우려먹을 수 있는데 찻잎이 펼쳐지는 두 번째가 가장 진하고 맛있단다.

차의 종류는 제주 싱글 오리진 티, 제주 블렌딩 티, 중국·대만 명차 등 3가지로 나눠진다. 성 대표가 제주도 출신이기도 하고, 바다가 없는 대구에서 제주의 탁 트인 느낌을 떠올릴 수 있도록 하고 싶어 제주 다원(茶園)에서 재배된 차들을 선택하게 됐다고 한다.

특히 제주의 한 찻집에서 공수해오는 블렌딩 티는 대구에서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다. 백차에 로즈마리, 청피, 유채꽃을 블렌딩한 '서귀오름'과 금목서 꽃에 루이보스, 레몬밤을 블렌딩한 '나이트 오브 곶자왈'이 특히 인기가 많다.

차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더라도 두 대표가 취향에 맞춰 친절히 설명을 해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또 차를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제주식 미숫가루, 제철과일 에이드, 필터커피 등의 메뉴도 준비돼 있다.

소지 티룸의 소담한 디저트들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시그니처 메뉴인 '눈꽃산행'은 초록색 쑥떡 위에 놓인 흰색의 리코타 크림치즈가 마치 눈 덮인 한라산을 떠오르게 한다. 쫄깃하고 고소한 쑥떡에 감귤 꽃꿀의 새콤달콤함, 리코타 크림치즈의 담백함이 더해지니 식감이 오묘하면서도 조화롭다.

SNS를 보고 찾은 장유진(25) 씨는 "손님들이 차를 직접 내려먹을 수 있어 좋았다"며 "디저트들도 차에 잘 어울린다. 봄철의 디저트가 궁금해 조만간 다시 들를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철과일을 활용환 과일정과. 호두와 크림치즈를 곶감에 말은 디저트.
제철과일을 활용환 과일정과. 호두와 크림치즈를 곶감에 말은 디저트.
차를 주문하면 1인용으로 플레이팅 된 다도상이 나온다. 다관(차를 우릴 때 사용하는 주전자)과 숙우(우려진 차를 식히는 그릇), 찻잔 등으로 구성됐다.
차를 주문하면 1인용으로 플레이팅 된 다도상이 나온다. 다관(차를 우릴 때 사용하는 주전자)과 숙우(우려진 차를 식히는 그릇), 찻잔 등으로 구성됐다.

◆다양한 차의 세계로 빠져보자

소지 티룸은 이달부터 '티 테이스팅 코스'를 야심 차게 시작했다. 90분간 진행되는 티 테이스팅 코스는 4가지 종류의 차들을 시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한 번에 여러 종류의 차를 마시며 각각의 맛과 향을 조금 더 깊게 비교해 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두 대표가 직접 차에 대한 정보를 소개하며 손님들과 소통하는 이른바 '차담'도 적극적으로 나눌 예정이다. 차에 대해 알면 알수록 그 매력을 더욱 크게 느낄 수 있다는 두 대표의 철학이 담겼다.

소지 티룸의 주 고객층은 20~30대 여성이다. 인테리어와 플레이팅이 예쁘다 보니 의외로 차 애호가들보다 차를 처음 접해보는 입문자들이 더 많이 찾는다. 딸이 먼저 왔다가 어머니를 데리고 모녀가 함께 방문하는 일도 잦다.

곽 대표는 "저희 공간에서 차 한잔하면서 힘들고 고된 일상에서 벗어나 힐링하고 좀 더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어갔으면 좋겠다"며 "커피만큼이나 무궁무진한 차의 매력을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