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 내부 자재 불연재로 의무화…안전 훈련도 정기 실시
지상철인 3호선에 대한 안전문제는 아직…인력 절감 기조도 우려
불특정 다수를 향했던 방화범의 어긋한 원한이 되돌릴 수 없는 끔찍한 화마로 번진 데에는 황당한 안전 불감증과 미흡한 현장 대응도 한 몫했다. 열차 기관사와 중앙사령실의 의사소통 실패, 기관사와 대합실 내 근무자의 대피요령 미흡 등 당시 대구지하철공사가 저지른 과오는 일일이 꼽기조차 어렵다.
대구지하철참사를 계기로 대구 도시철도의 화재 대응 방식은 큰 변화를 맞았다. 전동차 내부의 내장재는 불연재로 교체됐고, 정기 훈련을 통해 재발 방지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지상을 오가는 3호선은 대피 통로 등에 허점을 보이면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대구교통공사는 실제 상황을 가정한 불시 훈련을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월 1회 이상 진행하는 등 매년 100회가 넘는 화재 대비 훈련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사에 따르면 전 열차 객실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되어 기관사가 운전실에서 객실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비상 인터폰을 통해 중앙사령실과 실시간 소통도 가능하다.
참사 당시 기관사가 열쇠를 빼고 탈출하면 출입문이 모두 잠기는 문제도 개선됐다. 이제는 기관사가 운전실 열쇠를 빼더라도 단전 등 열차 각 장치에 이상이 없다면 열차 출입문이 닫히지 않는다. 도시철도 운행 중 사고가 발생하면 기관사는 운전실을 떠날 때 열차 출입문을 개방하고 현장 출동 및 응급조치 등을 수행하도록 지침도 바뀌었다. 불이 나면 역사 내 승강장과 대합실에 있는 승객은 터널로 대피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자욱한 연기가 시야를 가리는 상황에 대비해 피난 방향을 알 수 있도록 20m마다 통로 유도등도 설치됐다. 이 유도등은 정전에도 배터리를 이용해 1시간 점등 상태를 유지한다. 승강장 계단부에는 제연경계벽과 수막설비가 설치돼 승강장 연기가 대합실로 확산되는 것도 지연한다.

문제는 지난 2015년 개통한 3호선이다. 당초 완전 무인으로 운행될 예정이던 3호선은 각종 안전 문제로 현재까지 운행관리원 1명이 열차에 상주하고 있다. 평소 열차 모니터링을 담당하는 운행관리원은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초동 조치를 맡는다. 하지만 대구교통공사가 운행원 100여명을 외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대처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중에서 정차해서 지상으로 대피하는 방법도 여의치 않다. 대구교통공사는 객차에서 지상으로 바로 대피할 수 있는 '스파이럴 슈트'를 가동할 계획이지만 실효성에 의구심도 적지 않다. 경부고속도로나 금호강을 가로지를 때는 이 장치를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스파이럴 슈트란 항공기 등에서 주로 사용하는 비상 탈출 장치로 나선형 미끄럼틀을 펼쳐서 지상까지 이어지는 통로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신기수 대구교통공사 노조위원장은 "3호선 사고 발생에 대비한 모의 훈련을 여러 차례 했지만 스파이럴 슈트나 크레인 등을 이용하는 방식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면서 "대피로가 없는 구조적인 문제 탓에 위급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반대편 선로로 승객들이 넘어가는 게 가장 현실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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