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미국 풍선, 1년 새 10여차례 영공침입" 맞불

입력 2023-02-13 21:27:56

중국 정찰 풍선이 격추된 후 바다로 떠내려가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정찰 풍선이 격추된 후 바다로 떠내려가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측의 격추로 끝난 중국의 '정찰 풍선' 사태가 새 국면을 맞았다. 중국이 미국 측 풍선이 영공을 수차례 침범했다고 주장하며 역공에 나섰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의 고공 기구(풍선)가 작년 이후에만 10여 차례 중국 유관 부문의 승인 없이 불법적으로 중국 영공으로 넘어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날 브리핑에서는 구체적 시기와 장소 등은 거론하지 않았다.

해당 발언은 미국이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간) 격추한 중국 풍선과 10일 알래스카, 11일 캐나다 유콘, 12일 미국과 캐나다 국경에 있는 휴런호 상공에서 각각 격추한 '미확인 비행물체'에 대한 외신 기자들의 집요한 질문 공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중국 측은 정찰 풍선은 '과학연구용 비행선'이라고 재차 밝히고 나머지 미확인 비행체 3기는 '모르는 일'이라고 선을 긋는 한편, 미국 풍선도 중국 영공을 빈번하게 침범했다는 주장을 새롭게 제기했다.

왕 대변인은 '미국 풍선의 중국 영공 침범' 주장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묻는 후속 질문에 미국의 스파이 행위를 비판하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왕 대변인은 "미국 측은 자신의 기술을 남용하고, 동맹국을 포함한 전 세계를 상대로 대규모의 무차별적인 감청 및 기밀절취를 하고 있다"며 "미국 측이 빈번하게 함선과 항공기를 파견해 중국에 대한 근접 정찰을 실시하며 중국의 주권을 훼손한 사실을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왕 대변인은 이와 함께 미국을 겨냥해 "누가 세계 최대의 스파이·감청 제국인지에 대해 국제사회는 매우 분명하게 알고 있을 것"이라며 그간 제기된 미국의 외국 대상 스파이 행위 의혹을 길게 거론했다.

이를 두고 중국이 수세적인 대응 대신 자국에 대한 미국의 정찰 행위를 문제삼으며 '맞불'을 놓는 쪽으로 전술을 수정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3일 미국 국방 당국이 중국 '정찰 풍선'의 영공 침범 사실을 공개한 뒤 중국은 풍선이 중국 것임을 인정하고 유감을 표명하는 한편, 영공 진입이 바람에 의한 불가항력적 일이었으며, 풍선 자체도 군사용과는 무관한 과학연구용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미국은 그와 같은 해명과 설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풍선을 격추한 뒤 잔해에 대한 조사에 나서고, '미확인 비행물체'까지 격추하면서 사안을 키우자 중국도 '맞불 전략'을 본격 가동할 때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