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갤러리] 비주류 예술 주제 다루는 경산 ‘미술중심공간 보물섬’

입력 2023-02-09 13:26:23 수정 2023-02-09 18:16:04

코발트광산 학살사건 등 지역의 문제 다양한 시각으로 다뤄
지역민 참여 교육 프로그램도 활발…“올해 비평 분야 강화”

경산 미술중심공간 보물섬은 밤에도 환하게 골목을 비춘다. 주민들은 지나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전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미술중심공간 보물섬 제공
경산 미술중심공간 보물섬은 밤에도 환하게 골목을 비춘다. 주민들은 지나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전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미술중심공간 보물섬 제공

경산시장 인근의 한 골목. 남천을 건너 시장으로 들어오는 길목이어서 항상 오고가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다.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 것은 과일가게도, 야채가게도 아닌 갤러리다. 통유리창 너머 보이는 다양한 회화, 설치 작품이 골목의 분위기와 이질적이면서도 여유를 준다.

'미술중심공간 보물섬'(이하 보물섬·경산 경안로 29길 26)의 최성규 대표는 "밤에 환하게 불켜놓으면 마치 백화점의 쇼윈도 같다. 주민들이 지나가면서 감상할 수 있는 윈도갤러리인 셈이다. 항상 주민들과 함께 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전시를 들여다보기는 쉽지만, 전시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지역성을 기반으로 보편적인 정치사회 이슈를 다룬다. 소위 '비주류'로 불리는 주제를 다양한 예술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고민한다.

대표적인 것이 경산 코발트광산 학살사건이다. 2021년 경안로 프로젝트 공모 전시를 통해 이 사건을 다뤘다. 김유나 작가는 지역 신문을 모아 만든 대형 지도를 돋보기로 태우고, 학살이 일어난 지역을 표시해 '민간인 학살지도'라는 작품을 전시했다. 또한 전리해 작가의 '나팔소리 3500' 작품은 악기의 규칙적인 사운드로 코발트광산 희생자 3천500명의 흔적을 기렸다.

최 대표는 "비주류로 있을 수밖에 없는 예술의 주제를 담아낼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벤트성이 아니라, 지역의 문제를 보편의 문제로 끌어올리는 데 지속적으로 함께 고민하고 소통하는 곳이 되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열린 서상동 프로젝트 5 Years Ago 전시 모습. 미술중심공간 보물섬 제공
지난해 6월 열린 서상동 프로젝트 5 Years Ago 전시 모습. 미술중심공간 보물섬 제공

또한 서상동 프로젝트는 보물섬의 시작과 함께한 대표적인 전시 프로젝트다. 7년간 10회의 전시를 이어왔으며 2차례의 아카이브 전시도 열었다. 젊은 작가들이 바라본 다양한 경산의 모습이 작품으로 표현된다. 때로는 역사적인 시각으로, 때로는 일상의 풍경으로 하나의 도시를 다룬다.

지역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도 활발하게 열고 있다. 무성영화 제작, 시니어 대상 디지털 창작 프로그램 등을 마련해 호응을 얻었다. 지난해에는 동요 '어린음악대'를 만든 하양 출신 작곡가 김성도, 남천을 배경으로 한 소설 '우울한 귀향'을 지은 소설가 이동화 등 지역 인물 2명을 선정해 이를 모티브로 창작 동요와 영상을 제작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최 대표는 "올해도 무게감 있는 전시와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이어나가는 한편, 젊은 비평가들 위주로 비평 프로그램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보물섬이 나아갈 방향이나 전시 비평, 현 시점에서 바라보는 냉전 등 다양한 주제로 비평을 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무성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미술중심공간 보물섬 제공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무성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미술중심공간 보물섬 제공